김묵순 군포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


"성차별 줄면 자연스레 감소" 캠페인

"상담·교육 … '평등 세상' 만들기 앞장

"성폭력은 성차별적 문화로부터 시작됩니다. 성차별이 줄면 성폭력도 자연스레 준다고 생각합니다."

군포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김묵순(54)소장은 "성차별적인 문화와 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여성주의적으로 상담·교육·캠페인·워크숍·소모임·연구활동 등을 통해 평등세상을 만들어 가고자한다"며 성폭력 예방사업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밝혔다.

결혼과 육아로 8년을 경력단절로 지내다 2003년부터 군포여성민우회에서 여성운동을 시작했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운동을 시작으로 환경, 지역자치, 교육, 여성, 건강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지역문제를 살펴보고 대안을 고민하며 변화를 모색해 왔다.

사무국에서 활동가로 사무국장으로 10여 년간 활동하다 2016년 10월부터 군포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에서 성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을 맡고있다. 최근 영국의 '더 타임즈'에 따르면 전 세계 독자를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단어를 공모했는데 '어머니','열정','사랑' 순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의 15년 여성운동사에 있어서 굴곡진 삶의 족적은 이 세 단어에 모두 녹아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나는 네 편이야'라는 슬로건 아래 상담, 교육, 캠페인 홍보사업 등을 통해 성폭력피해에 공감하는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김 소장은 "성폭력 피해자 99%는 성폭력의 심각성이 은폐돼 고통을 받고 후유증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소를 망설이거나 포기하는 것은 가해자를 비난하기 보다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따라 경찰의 수사단계에서 발생하는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해 경찰서와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피해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수사·재판과정에서 신뢰관계인으로 동석해 모니터링을 하는 등 다각도로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 또 성폭력예방을 위해 유치원과 초·중·고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몸에 대한 이해, 성적의사 소통, 성적 자기결정권의 이해, 왜곡된 성문화 등을
내용으로 지난해 139회에 걸쳐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미투운동'에 대해 김 소장은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무릅쓰고 '나도 당했다'는 외침을 통해 차별적인 사회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집단적 저항의 물결"이라고 요약했다.

"이것은 성별 위계가 작동하는 성차별적인 사회에서 권력자에 의해 발생한 성폭력 피해자들의 저항의 목소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미투운동에 대한 사회적 반격 또한 만만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포지역의 정치·사회·경제·노동·여성·문화 전반에 걸쳐 성평등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연구, 포럼, 토론회 등 다양한 활동도 준비하고있다. 매월 모임을 통해 젠더폭력방지조례제정을 위한 발제와 토론을 벌이고 여성폭력 근절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와 성평등한 여성노동 정책 마련을 위한 연구 등을 지속할 예정이다. 10월에는 성폭력피해와 관련된 연극공연과 '나의 성폭력사례 이어말하기 대회'를 준비했다.

김 소장은 "상담소를 찾는 성폭력피해자들의 분노에 찬 아픈 목소리에서 진실을 보게 되고 피해에 공감하게 된다"며 "그들의 용기에 지지와 박수를 보내고, 그들이 싸우는 전 과정에 함께하며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군포=전남식기자 nscho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