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 탈퇴 후 향방은

인천시가 탈퇴 의사를 밝히면서 인화회(仁和會)의 향방은 알 수 없게 됐다. 지역 대표모임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는 건 아니지만 그동안 고위공직자와 기업인이 한 울타리에서 사모임을 가져 온 '원죄'가 있는데다, '급'이 떨어지면 가입조차 할 수 없는 그들만의 기준은 시민 정서와도 큰 괴리를 드러내 왔다.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인화회는 세 갈래 길 중 하나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무국 상공회의소행 → '기업 중심' 개편

인화회 내·외부에선 시장 탈퇴 후 모임을 수습해 상공회의소와 기업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인화회 당연직 수석부회장인 이강신 상공회의소 회장과 인화회 회원의 40%를 차지하는 기업인들을 중심으로 모임을 재편하는 방향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 중심 모임을 꾸리며, 현안이나 사안에 따라 공공기관장을 초대해 소통하면 지역 대표 경제모임으로 기능할 수도 있다.

다만 상공회의소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다. 시는 최근 상공회의소에 인화회 사무국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으나, 공식적인 답변은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공회의소 내부에서도 논의 절차가 남아 있고, 기업인들의 광범위한 동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그래도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높은 방안으로 점쳐지고 있다.

▲상공회의소 반대 → 사무국 독자 구축

상공회의소가 인화회 사무국 역할을 맡지 않을 경우 제시되는 시나리오다. 이렇게 되면 모임 존립을 위해선 독자적으로 사무국을 구축하는 수밖에 없다. 회원들이 비용의 상당부분을 갹출하거나, 회원 중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 하는 방안이다.

다만 일부 회원들은 사무국을 따로 차릴 경우 모임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축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회원은 "시도 상공회의소도 사무국을 안 맡겠다고 하면 우리가 꾸려야 한다"라며 "모임 위상이 예년만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체 가능성도 있어

박남춘 인천시장의 인화회 탈퇴로 구심점이 사라지면 모임이 급속도로 해체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인화회 핵심 회원들은 사무국이 상공회의소로 넘어가더라도, 회장직은 박 시장이 계속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해 왔다. 이들이 지난달 인화회 개편 논의가 피어오르자 지속적으로 박 시장의 의사를 확인하려 했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박 시장이 탈퇴하면 다른 공공기관장도 연쇄적으로 탈퇴할 것이고, 이들과 친분을 쌓으려는 기업 회원도 썰물처럼 모임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끝까지 고집하다가 결국 곪아 터진 것"이라며 "시대의 흐름에 맞게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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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춘 인천시장, 인화회 탈퇴한다 박남춘 인천시장과 허종식 정무경제부시장이 지역 고위층 사모임 인화회(仁和會)에서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인천시도 관련 업무에서도 손을 떼기로 했다. 인화회 핵심인 운영위원들은 시에 재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사무국을 인천상공회의소로 이전하는 것도 모자라, 구심점인 인천시장과 정무경제부시장이 탈퇴 의사를 밝히자 인화회는 충격과 혼란에 휩싸였다. 향후 모임의 향방을 두고도 이런저런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14일 인천시와 인화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30분 남동구 구월동의 한 식당에서 인화회 운영위원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