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굿모닝인천 편집장

 

 

 

인천에는 조개가 흔했다. 동네마다 공터에 높게 쌓아놓은 조개무지와 진창이 된 골목길에 깔아놓은 조개껍질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주먹 만한 조개를 시멘트벽에 갈아 구멍 두 개를 내서 오카리나처럼 불었다.
6·25 전쟁 후 조개 캐기는 생존이었다. 농토는 피폐했지만 바다는 온전했다. 너도 나도 호구지책으로 갯벌로 나서면서 패류는 점점 씨가 말랐다. 급기야 1955년 6월14일 인천시장은 송도갯벌의 백합(생합) 채취를 금지하는 담화문을 발표하였다. "크기 미달 조개는 채포(採捕)를 엄중 단속 중이다. 특히 백합은 7월1일부터 8월 20일까지 산란 기간이다.
어민이나 일반시민은 이 취지를 혜량하시고 규칙을 준수할 것은 물론 자아 반성하여 천혜의 자원을 자손만대에 계승 향유하려는 넓은 시야에서 이 기간 중 백합 잡이를 일절 중지하여 주시기를 요망하나이다."
옥련동 동양화학 공장 부근에 '조개고개'라는 곳이 있다. 고개 아래 편에 조개잡이 조합이 있었기에 그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힘겹게 망태를 짊어지고 이 고개를 넘던 아낙들이 길바닥에 하나둘 조개를 흘렸기 때문에 얻은 이름이라고도 하는데, 오히려 이 '썰'에 더 끌린다.
한때 조개고개에서는 홍어 삭힌 냄새도 맡을 수 있었다. 매콤한 홍어무침 맛을 진정시켜주는 시원한 조갯국을 함께 내놓으며 미식가들의 발길을 잡았다.
최근 KTX 송도역 복합환승센터 건립으로 조개고개 일대가 개발 중이다. 이미 인근 갯벌이 매립되면서 '천혜의 자원을 자손만대에 계승 향유하려는 넓은 시야'는 사라진 지 오래됐다. 이제 흘릴 '조개'도 없고 넘을 '고개'도 없다.
/전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