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두 인천연구원 기후환경연구센터장


유례없는 무더위와 폭염, 초열대야, 온열환자 등이 역대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그리고 폭염 속에 오존주의보도 빈번하게 발령된다. 오존주의보 발령횟수는 2012년 66회, 2014년 129회, 2016년 241회로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유별나다.
지금까지 집계된 2018년 전국의 오존주의보 발령횟수는 무려 443회로 작년 한 해 동안의 276회를 벌써 돌파한 상황이다. 하지만 여기에 관심을 갖는 이는 많지 않다.

대기 중 오존(O3)은 태양 자외선에 의해 산소원자를 함유하는 화합물에서 분리되어 나온 산소원자가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하여 이루는 불안정한 기체다. 산소분자(O2)와 산소원자(O)로 다시 분리되거나 다른 물질과 반응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표백제로 통용되는 제품 속 '옥시'라는 단어는 산소원자가 쌍을 이루지 못하고 하나의 원자형태로 존재할 때 부르는 이름이다. 오존이나 옥시의 경우 화학적 반응력이 강하고 매우 자극적인데, 생물체 세포벽을 허물어뜨리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이 성질을 이용하여 표백이나 탈취, 살균, 소독 등에 사용하는 한편 대기 중 오존은 눈과 피부를 자극해 염증을 일으키고, 호흡기로 들어오면 심하면 기관지나 허파 조직까지 손상시킬 수 있다. 오존에 장시간 노출되면 노약자는 사망할 수도 있다. 오존이 가스형태여서 미세먼지와 달리 마스크를 써도 차단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72년 이미 대기 중 오존농도 0.125ppm에 1시간 이상 노출되면 천식 발생률이 증가하고, 0.100ppm에 1시간 이상 노출되면 폐기능 장애와 불쾌감, 눈 자극 등이 감지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그리고 오존농도가 0.01ppm 증가하면 천식 환자 사망위험은 4%, 심혈관계 사망률은 4.8%나 늘어난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WHO는 오존 허용치를 8시간 노출 기준으로 0.05ppm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 대기 중 오존의 대기환경기준은 8시간 및 1시간 평균으로 각각 0.06ppm과 0.100ppm으로 정했다.
또한 1시간 노출량이 0.12ppm 이상이면 주의보, 0.3ppm 이상이면 경보, 0.5ppm 이상이면 중대경보를 발령한다. 세계보건기구 자료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정책목표와 운영기준은 다소 느슨한 편인 것 같다.
고농도 오존은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일사량이 많고 풍속이 낮을 때 발생한다. 그런 점에서 오존농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오존주의보가 자주 발령되는 이유는 우선 풍속이 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년 들어 전국 주요 도시의 풍속은 예년보다 20~50% 느려졌다. 오염물질이 외곽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여건이 불량해진 것이다. 광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햇빛도 강해졌는데, 일사량은 예년에 비해 최소 14%에서 25%나 늘어났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대기 중 오존이 별개 문제가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환경부는 오존 유발물질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자동차 배출가스를 집중 단속하고 소규모 배출사업장 밀집지역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오존 발생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예측시스템 개발 등 국내외 연구도 진행한다. 인천시 역시 2005년부터 수도권대기환경개선 특별대책 추진에 따라 질소산화물 배출저감을 위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기 중 오존농도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아직까지 대기 중 오존농도가 높아지는 요인과 그 메커니즘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미흡한 편이긴 하지만, 대기 중 광화학 반응에 의해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등이 오존을 생성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오존의 대기 중 농도를 개선하기 위해 우선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대다수 전문가들이 공감한다. 하지만 여전히 오존에 특화된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배출하는 사업장 등에 대한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환경부에 국한한 배출관리 노력만으로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오존의 원인물질 중 하나인 질소산화물 대부분이 화석연료 소비에 의해 배출되고, 상당 부분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질이 오존생성뿐 아니라 악취유발물질이며 건강을 해치는 유해화학물질이라는 점,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해 오존의 피해가 가중될 수 있음을 생각할 때, 오존에 대한 체계적 관리야말로 깨끗하고 건강한 공기를 되찾는 근본에 근접한 에너지-대기환경-건강복지정책의 통합적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