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내용의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방안을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인도 국빈방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국내에 더 많이 투자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한 데 대한 답변으로 보인다. 한 때 재벌에 대한 '구걸' 논란까지 빚었던 사안이지만 침체된 국민경제에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경제 체제는 현재 이같은 투자를 받아들일만한 준비가 돼 있는가를 스스로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기껏 투자를 하려해도 이런 저런 규제에 공염불이 되거나 오랜 시일이 걸리게 된다면 무슨 보람이 있겠는가.

우선 신규 투자가 3년간 180조원으로 압도적인 규모이다. 삼성은 미래를 위한 성장기반 구축, 혁신 역량 및 노하우 개방·공유, 상생협력 확대 등을 위한 투자라고 밝혔다. 핵심은 성장기반 구축을 위한 신규투자로 앞으로 3년간 180조원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국내투자만 따지면 130조원으로 연평균 43조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바이오사업을 비롯한 인공지능(AI)과 이동통신(5G) 등에 투자되는 자금은 총 25조원이다. 이는 인천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도 대규모 투자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바이오 투자와 관련, 삼성은 바이오시밀러(제약), CMO사업(의약품 위탁생산) 등에 집중 투자해 바이오 분야를 제2의 반도체 사업으로 육성할 의지를 밝혔다.

직접 채용규모도 3년간 4만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당초 예정했던 2만∼2만5000명에서 대폭 확대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기 위한 것이다. 국내투자로 일으킬 수 있는 고용유발 효과도 7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역량과 노하우를 개발·공유하고 스타트업과 3차 협력사를 지원하는 계획도 들어있다. 그러나 이 모든 투자·고용계획도 우리 사회구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 개혁이 시급하다. 삼성전자가 평택공장을 지을 때에도 수백가지 규제를 돌파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다지 않는가. 진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고 정부는 이를 적극 뒷받침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