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없던 더위가 공직사회의 복식문화마저 바꾸고 있다. 수원시가 그 진원지다. 최근 수원에서는 반바지 열풍이 일고 있다. 대세를 형성할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지난 주에 시작한 공무원들의 반바지 착용은 며칠째 계속되면서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시각이 상존한다. 그래도 공무원들의 호응은 상당히 높은 편인 모양이다.

이런 변화는 공무원노동조합 신문고에 띄운 한 남성공무원의 하소연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시원하게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고 싶다"는 게시글이 올라오면서 큰 호응을 받았고, 다음 날 염태영 시장이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을 했다. 염 시장 차림새의 경우 이를 보고자 사람들이 몰려들 만큼 일대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다음 날부터 공무원들의 반바지 출근은 그야말로 일상적으로 됐다.

복식은 한 사회의 문화를 나타내는 척도다. 본디 인간이 외부환경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했을 터인데, 점차 사회적·문화적 역할에 부응하기 위한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따라서 역사적·지리적·문화적으로 다양하며 시대적 감각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현대에 들어서는 특히 기능적인 아름다움이 강조된다. 복식에서 가장 보수적 집단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공직사회를 지나칠 수 없겠. 복장이 많이 간소화하면서 지금은 '노타이' 차림으로 출근하거나 색깔에서도 많은 변화를 가져온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어서 차림새만 보고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대개는 공무원들이었다. 기관장들의 관용차 색깔이 대부분 검은색을 탈피하지 못하는 현상과 일맥상통한다.

의복이나 자동차 색깔 하나 바꾸는 것도 사실은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공무원은 반듯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미처 버리지 못한 엄숙주의 잔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수원시에서 시작한 복장의 변화가 상징하는 것은 단순한 복식문화 변화가 아니라 다양성을 확대하는 진전일 수 있다.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우리는 이번 일이 다양한 가치들을 키우고 존중하는 기폭제로 떠오를 수 있을지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