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청 프리즘]
'공공기관 일회용품 줄이기' 지침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면서 인천시 공무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낡은 건물과 예산 문제 등 현실적 한계에 부딛히면서 행사장 같은 경우 마땅한 대안도 없다.

지침이 시행된 지 한 달가량 지난 9일 시청은 지난달보다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각 과마다 다회용 컵을 구비했고, 기존에 쉽게 눈에 띄던 책상 위 플라스틱 컵들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침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는 얘기다.

문제는 행사장이다. 시가 주최하는 내·외부 행사장마다 일회용품이 버젓이 사용된다. 이날 시청에서 열린 한 설명회에 가보니 책상 자리마다 일회용 물병이 놓여 있었다. 같은 시각 미추홀구에서 진행된 야외 행사장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물병을 묶음으로 쌓아놓은 건 물론 종이컵까지 구비했다.

시는 각 부서마다 공문을 내려 행사 개최나 민원인 응대 등 상황별 실천 지침을 전달했으나 시행 한 달 만에 완전히 지켜지긴 힘들다는 입장이다. 현실적 한계도 있다. 공무원들은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행사장에서 인원수만큼 다회용 컵을 구비하는 건 무리라고 주장한다.

정수기나 식수대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지만 건물이 낡은 시청에서는 적용하기 쉽지 않다. 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지난 6월 관련 부서들과 협의하면서 회의실에 정수기를 설치하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수도관을 뚫어야 한다고 해서 관뒀다"며 "지금으로선 대안이 없다"고 난감해했다.

공무원들이 화장실에서 수시로 다회용 컵을 닦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사무실 내 탕비실이 없는 부서 직원들은 방문객이 돌아 가면 업무 도중 화장실까지 가서 컵을 세척해야 한다. 평소 설거지를 도맡아 한다는 한 공무원은 "방문하는 시민이 적은 부서야 괜찮지만 민원인이 많거나 회의가 잦은 부서는 직원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시의회도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지난달 열린 제248회 임시회에서 A 의원은 한 공무원에게 "시민들이 단체로 상임위원회를 찾아오거나 의원들이 회의를 열 때 일회용품 없이 차나 물을 내줄 방법이 있느냐"며 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예린 기자 yerinwriter@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