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도 '첫 정착지 기준' 주민번호 받아
中, 다수 거주지일때 비자 신청 반려 차별
시민만 피해 … 시, 행안부에 제도개선 건의

 

인천시민들이 주민등록번호 탓에 새터민으로 오인 받아 비자 발급이 반려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고 있다.
엄연히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국민인데도 차별 받고 있지만 당장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태다.

시는 행정안전부에 새터민이 많이 쓰는 주민번호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비자 발급 반려 등의 피해를 입는 만큼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고 9일 밝혔다. 인천에서는 각 군·구와 주민센터 등을 통해 옹진군과 중구, 남동구 등에서 관련 피해가 접수됐다.

피해가 발생하게 된 것은 새터민들이 자신의 첫 정착지를 기준으로 주민번호를 발급받기 시작한 10여 년 전부터다. 이전과 달리 새터민들은 동일한 숫자가 아닌 자신이 처음 정착하는 지역을 기준으로 주민번호 뒷자리 일곱 자리 가운데 2~4번째를 부여받았다. 해당 숫자는 지역 고유 번호를 뜻하는 것으로 지역마다 모두 다르다.

그런데 기존 주민들과 새터민이 받은 주민번호가 같아지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해외 입국을 거부당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이 중국 등 해외를 방문하기 위해 비자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신청이 반려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중국에서 새터민이 많이 사는 지역에 대한 주민번호 고유 정보를 갖고, 이들을 식별하기 때문이다. 2008년 당시 한나라당 진영 국회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과 경기도 등에서 중국 입국을 거부당한 주민은 총 49만5355명로 추정된다. 비자 발급이 반려될 경우 개인 비자로 신청해야 하는데, 단체 비자보다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가족관계증명서 등의 서류를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옹진군 덕적도에 사는 A(65)씨도 "몇 년 전 단체로 지인들과 일본 여행을 가려고 했지만 입국 불가 통보를 받았다"며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국민인데 차별을 당하는 게 서럽다"고 말했다.

이를 견디다 못한 한 시민은 최근 청와대 신문고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국가적 차원의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신문고에 올린 게시물에서 "범법자도 아닌데 비자 신청이 반려됐다. 주민번호를 바꿔 불편이 없도록 시정해달라"고 호소했다.

시 관계자는 "민원이 발생했지만 새터민들의 주민번호를 예전처럼 일괄적으로 부여하게 되면 또 다른 피해가 나타나게 된다"며 "현재로선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