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주도형 환경개선 선정
협의체와 주민 갈등 깊어져
찬반투표 진행해 취소 결정

 

주민 주도로 진행된 '인천형 주거환경개선 사업'으로 부평 신촌문화마을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주민 갈등이 벌어지며 투표까지 간 끝에 사업은 무산됐다. '애인(愛仁) 동네'로 시작해 박남춘 시장 공약인 '더불어 마을'로 추진된 사업이 멈춰선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부평구는 '애인 동네' 희망지로 선정돼 주거지 재생이 진행됐던 신촌문화마을의 사업이 취소됐다고 9일 밝혔다. 구 관계자는 "주민협의체와 일부 주민 갈등이 극심해지면서 민원이 속출했다"며 "주민협의체 정산을 거쳐 사업비를 시에 반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촌문화마을은 지난 3월 애인 동네 희망지 10곳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애인 동네는 전면 철거 방식에서 벗어나 소규모로 마을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주민이 직접 계획하고 실행하는 애인 동네는 지방선거 이후에도 박 시장 공약인 '더불어 마을'로 이름만 바뀐 채 이어지고 있다. 4개 시범 구역을 선정한 시는 내년 사업이 벌어질 희망지 10곳에도 1억200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백운역 방향으로 부평공원과 맞닿아 있는 신촌문화마을도 희망지에 이름을 올리며 기대를 모았다. 주민 갈등은 지난 6월 중순 설명회를 기점으로 불거졌다. 일부 주민들이 사업을 신청했던 협의체의 대표성과 사업비 지출 등을 문제삼은 것이다.

민원이 계속되자 시와 구는 지난달 17일 설명회와 우편조사를 통해 주민 의견을 물었다. 신촌문화마을에는 278세대 628명의 주민과 65개 점포가 있는데, 투표에 참여한 137명 가운데 반대가 104표나 나왔다.

이런 과정에서 신촌문화마을은 반으로 나뉘었다. 3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한 박모(72)씨는 "두세 달 전 현수막을 보고 나서야 사업이 벌어지는 걸 알았다"며 "지금도 편안하고 살기 좋은데 동네를 왜 바꾸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병순 주민협의체 대표는 "일부 주민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퍼뜨렸다"며 "사업이 무산된 건 안타깝지만 동네를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 사업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인천형 재생 사업이 중단된 건 시범구역 4곳, 희망지 10곳을 통틀어 신촌문화마을이 유일하다.

시 관계자는 "신촌문화마을은 입지, 콘텐츠가 좋아서 사업이 무산되지 않도록 주민들을 설득했지만 갈등이 워낙 심했다"며 "아직 대체 희망지 선정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