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태영 시장 "직원들 위해 입겠다" 솔선
市 본청·구청·동주민센터 등 곳곳 동참
노조 "일 능률오르고 에너지 절감" 지지
▲ 폭염이 장기화된 가운데 수원시 공직사회에 때 아닌 '반바지 열풍'이 불고 있다. 9일 오후 장안구 정자3동 주민센터에서 김도현(맨 오른쪽) 동장과 신입 직원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외근에 나서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반바지를 입고 일하니 편안하고 시원해요!"

9일 오전 수원 장안구 정자3동 주민센터. 업무용 서류가 담긴 박스를 들고 움직이는 공무원들의 복장이 생소했다. 이들은 반바지 등 가벼운 옷차림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전체 공무원이 반바지 차림이었다. 공무원들은 이 차림으로 내내 업무에 임했고, 민원으로 찾아온 주민들과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대화를 나눴다.

이곳의 '반바지 패션'은 이틀째를 맞았다. 함께 약속한 게 아니고 개개인의 자발적 결정이다. 지난 6일 동을 총괄하는 동장이 "반바지를 입고 싶은 사람은 입자"고 직원들에게 제안한 게 시작이었다.

한마디로 입고 싶은 사람은 입되 싫은 사람은 안 입어도 되는 '자율복장'을 하자는 취지였다. 폭염이 매서운 탓에 선호도는 역시 긴바지보다 반바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김도현 정자3동장은 "시장을 비롯해 수원 공무원 조직에 반바지 차림이 생기고 있다는 소식에 '나도 한번 입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직원들과 논의해 시도하게 됐다"고 전했다.

반바지에 대한 평은 좋다. 특히 복장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는 마치 '신세계'가 찾아온 듯 환호하는 분위기다.

유필선 정자3동 주무관은 "땀이 차는 등 업무활동의 불편함이 반바지 하나로 해결됐다"며 "남성 공무원이 반바지를 입을 수 있는 날은 20년이 지나도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갑자기 이렇게 돼니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수원시 공직사회에 반바지를 입는 '복장 혁신'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있다. 획일화된 공직사회가 불과 며칠 사이에 다양성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인천일보 8월6·7일자 19면>

1일 수원시공무원노동조합 신문고에 올라온 남성 공무원의 하소연이 촉발제 역할을 했다. '시원하게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고 싶다'는 내용이 핵심인 이 글은 많은 공무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공무원은 반듯해야 한다'는 등의 시각이 상존하기 때문에 공무원이 반바지를 입는 일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반바지를 입는 공무원은 '용자(용감한 사람을 비유하는 말)'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 용기를 낸 인물이 나타났다. 바로 염태영 수원시장이었다. 복장 통제에 부정적이었던 염 시장은 "직원들을 위해 시장부터 바꿔 입겠다"며 7일째 '반바지 시정'을 이어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솔선적인 행동에 공직사회가 화답했다. 시 본청을 비롯해 구청·동주민센터 곳곳에서 반바지 차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장·팀장·주무관 등 직책은 물론 20대부터 50대까지 나이도 불문한다.

이날부터 반바지를 입은 길영배 문화예술과장은 "부서장으로서 반바지를 입는다는 게 쑥스럽기도 하고 자칫 문제가 될까 우려했는데, 시장의 솔선수범에 모두 용기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태환 문화예술과 주무관은 "공무원 복장이 획일화돼 있고 남성이란 이유로 실용적인 반바지를 못 입었다"며 "입어보니 너무 편하다"고 말했다.

수원시공무원노동조합도 앞서 행정포털 게시판을 통해 반바지 착용을 지지한 바 있다. 최창석 노조위원장은 "시민이 보기에 불편한 선만 아니라면, 반바지는 일의 능률을 올려주고 에너지 절약 등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