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 첫 애견문화센터 '아롱' 윤정래 대표
"반려동물 문화 정착 미비…애견파크 만들고파"

경상남도 함안군의 어느 작은 시골 마을. 낡은 초가집 마당 한편에 새하얀 백구 한 마리가 배를 드러낸 채 낮잠을 자고 있다. 시커먼 때가 낀 깃털을 푸드덕 거리며 울어대는 수탉과 내리쬐는 햇볕 아래 나란히 웅크리고 앉아 오물오물 건초를 씹어대는 토끼 부부의 한가로운 모습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경기북부 지역 최초 애견문화센터 '아롱(ARONG)'의 윤정래(30) 대표가 회상하는 어린 시절의 풍경이다. 윤 대표는 유독 동물을 좋아했다. 그의 친구이자 가족이었던 동물만 종(種)을 넘어 수를 헤아리지 못할 정도다.

"초등학교 때까지 시골에 살았는데 대가족이었습니다. 일가친척이 한 집에 살다 보니 마당이 굉장히 넓었어요. 마당에는 온갖 동물이 어우러져 있어 마치 작은 동물 농장을 연상케 했죠."

그가 어릴 적 수의사를 꿈꿨다는 사실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비록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면서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꿈을 포기해야 했지만 동물에 대한 사랑만큼은 내려놓을 수 없었다. 잇따른 시련 속에 그의 삶을 지탱하는 작은 희망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저는 동두천 외가 친척 댁에 맡겨졌어요. 그때부터 어머니가 계시는 서울과 동두천을 오가며 지냈는데, 어느 순간 제 자신을 돌아보니 반항심 가득한 비행 청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더라고요. 당시 키우던 반려견의 눈빛이 저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것 같았어요."

그는 결국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로 학력을 취득했다. 설상가상으로 어머니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그의 가족은 빚더미에 앉게 됐다. 어린 나이에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 그는 당시 생소했던 온라인 의류 쇼핑몰 사업을 시작했다.

"그때는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니, '어머니 대신 가장이 될 수 있겠구나, 될 수 있다, 돼야만 한다' 이런 생각들이 확신으로 돌아온 것 같아요. 운이 좋았는지 꽤 많은 수익을 냈습니다."
이후 꾸준히 사업을 확장해 나가던 윤 대표는 동심으로 회귀했다. 사업상의 일들로 숨 가쁜 와중에도 유기견 보호센터를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가 하면, 버려진 유기견을 위해 후원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동두천에 애견문화센터를 운영하게 된 것은 필연이었는지도 모르죠. 우리나라는 여타 선진국에 비해 반려동물 문화 정착이 미비한 상태입니다. 경기북부 지역은 말도 못 하죠. 한 가지 꿈이 있다면 아이들(반려동물)과 보호자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애견파크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김홍민 기자 wallac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