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마자아카데미 원장

 


얼마 전 우리나라 정치계의 큰 별이 졌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통틀어 '그와 같은 정치인이 다시 우리 시대에 나타날 수 있을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본다.
필자가 기억하는 그는 언제나 솔직담백하게 자기 정치절학과 소신을 TV에서 재미 있고 쉽게 피력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항상 정치의 중심부보다는 주변부에 있었으며, 그가 소속한 정당은 여당도 거대 야당도 아닌 항상 진보정당에서 든든하게 주춧돌 역할을 해 주었다. 그는 지금까지 약자와 여성 편에서 호주제 폐지 법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장애인차별금지법, 취약층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안 등도 꾸준히 발의했다. 그러한 그가 스스로 세상을 떠나자 또 다시 많은 구설이 돌고 있다. 그래서 그의 사주를 보기로 하였다.

그는 경금(庚金)일주이다. 경금은 원래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으로 열 개 천간 중에서 가장 위험하고 치명적인 오행, 즉 정화(丁火)와 어울릴 수 있는 유일한 일간이라 할 수 있다. 그는 경오(庚午)일주이다. 자신이 뜨거운 불덩이 위에 앉아 늘 자신을 억제하고 다스리는 모습이다. 그러니 타협을 할 수 없다. 만약 태어난 시간에 수기(水氣)가 있었더라면 뒤로 돈을 빼돌리거나 재(木)를 추구하여 정치를 하면서 후원금 받는 것을 당연시하였을지 모른다. 하나 그는 사주 구성상 그럴 수 없는 사람이다. 오히려 그는 수기를 불러 재성(財星, 금전 등을 소유하는 것)이 들어오면 그것을 공적이고 필요한 일을 위해 다 소진하는 사주이다.
개인의 욕심을 위해 결코 재물을 헛되이 쓰지 않는다. 그는 삶의 궤적이 말해주듯 한평생을 권력에 맞서며 소신 있는 정치철학으로 살다가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났다.

가까운 지인이 필자에게 말하기를 지금까지 자신은 '자살'이라는 행위는 자기에게 지는 일 같아 가장 바보스럽게 느껴졌지만 이번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보며 '자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말을 하였다. 그렇게 소신 있고 책임감이 강한 그가 받은 금액이 얼마였는지가 중요한 의미였을까?
그는 우리 국민에게, 그리고 미래의 정치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을지 모른다. '정치란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고 국민을 위해 한 점 거짓 없이 살신성인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노회찬 의원이 마지막으로 발의한 법안이 국회의원 특수활동비 폐지였다. 그는 그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 교섭단체 대표로서 받은 특활비도 일괄 반납했다. 이 시대에 또 다시 이런 정치인을 만날 수 있을까 진심으로 가슴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