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홍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

 


인천은 개화기부터 물류의 중심지로서 근대화 과정에서 방직, 기계, 자동차 산업 등 제조업을 발전시켰으며, 인천의 노동자들은 한국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한편으로 일제 치하인 1935년 6월 부두 근로자들의 총파업, 산업화 과정에서 1978년 동일방직의 여성노동자 운동, 1986년의 5·3 인천 민주화운동 등 노동 운동의 주체로서 인천은 노동운동의 중심 도시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런 인천에 노동자 박물관 설립의 필요성은 두 말할 나위 없겠다.

외국 사례로 덴마크 코펜하겐의 노동자 박물관이 북유럽의 유명한 관광 명소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 박물관은 노동자들이 모은 돈으로 1879년에 세운 덴마크 최초의 노동자 회관이라고 한다. 이 박물관에는 19세기 말 어린이 노동자들과 평범한 덴마크 노동자 가족의 아파트 삶 등 생활 현장을 잘 재현해 놓고 있다.
박물관 4층에는 노동 운동 역사를 전시하는 산업 노동 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한편 노르웨이에는 험한 산악지대를 지나는 철도 베르겐선을 건설한 노동자들의 희생을 기념하기 위해 해발 1222m에 핀세역에 위치한 철도노동자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은 철도 건설에 투입된 사망자와 부상자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기념품과 유품 전시, 기념품점과 카페 등의 부대시설을 마련하고 있다.

인천에도 노동자들의 삶과 역사를 기리는 전시회나 문화 공간 설립 계획이 자주 보인다. 한국 최초의 판유리 공장 역사와 노동자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전시회가 2018년 송도 인천도시역사관에서 개최되고 있다. 전시는 인천에서 건설된 최초의 판유리 공장 노동자들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한다.
판유리는 주택 창호에 사용되는 건설자재로, 한 때 우리나라 주요 기간산업으로 산업화의 밑거름으로 작용해 왔으나 값싼 외국산 유리가 수입되면서 1997년에 판유리 공장이 문을 닫게 되었다. 또한 한국 노동 운동의 산실인 동일방직 인천공장이 가동을 중지한 공간에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2017년 8월에는 인천 부평공원에 강제징용된 노동자상이 건립되었다. 부평공원은 과거 일본군이 주둔했던 조병창 장소였으며, 오랫동안 군부대가 위치했던 곳이다.
부평공원에는 2016년 '인천 평화의 소녀상'도 건립되었다. 부평 노동자상은 당시 조선인 노동자들의 참혹한 상황을 부녀의 모습으로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이 작품은 조각가 이원석씨 작품으로 당시 조병창을 실제로 경험한 한 분 중 지영례님(여·1928년 출생)과 이연형임(남·1921~2009년)의 자료를 바탕으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인천에도 이처럼 노동자들을 기념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시발점으로 하여 노동자 박물관이 인천을 대표하는 상징적 캐릭터 공간으로 추진될 필요성을 갖는다. 건립 조건을 몇 가지 제시하자면 첫째, 덴마크 코펜하겐 노동자 박물관의 사례에서처럼 인천시 등 지자체 지원도 필요하지만 시민들과 노동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주도 아래 추진되어야 한다. 둘째, 부평 노동자상 건립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인천의 노동자 역사를 담고 당시 핍박을 받는 노동자 상황 등에 대한 스토리 전개에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캐릭터 공간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방문객들에게도 한국 산업화 과정에서 노동자 삶의 현장을 느껴볼 수 있는 체험의 장으로 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방문객 편의성을 위해 주차시설, 카페 등 쉼터 공간 등도 고려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회관 기능이 강화되어 노동자 쉼터, 노동자를 위한 교육 센터, 취업 및 재취업 알선의 종합공간으로 꾸며야 한다.
인천지역 노동데이터와 정보가 축적된 노동자 종합복지회관 기능이 되도록 민·관이 같이 노력하여 인천 노동자 박물관이 건립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