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합칼국수

 

 

 

 

▲ 인천예총 이종관 회장과 송인혁 부회장 겸 인천영화인협회장이 바지락칼국수, 보리굴비정식으로 유명한 '대동강'에서 만났다.


'그 집'의 추천 메뉴는 …

전복 버금가는 백합 칼국수
특대형 굴비+차가버섯 물밥
인천 유일 통문어 숯불구이


●바지락칼국수·상합칼국수

우리나라에선 조개하면 바지락을 생각할 만큼 많이 나고 가장 시원한 맛을 지니고 있어서 칼국수에 영양도 더하고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맛은 낸다.

상합은 백합을 일컫는 경기도 사투리다. 전복에 버금가는 고급 패류로 궁중 연회식에 꼭 올렸으며 바지락보다 크고 담백한 맛을 갖고 있다. 직접 발로 밟아 반죽한 칼국수 면과 어울려 청양고추를 버무려 넣은 '대동강' 만의 포인트인 양념장을 적당히 넣은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면과 조갯살과 김을 듬뿍 얹어 맛보면 바다에 온 느낌이 절로 난다.

조갯살은 취향에 따라 다 발라놓고 한번에 흡입하거나 칼국수 면과 함께 발라 먹는 재미 등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주문하면 면을 뽑고 조개를 삶기 때문에 나오는데 20분정도 걸린다.

●보리굴비정식

보리굴비정식은 황 대표가 개발했다. 영광 법성포는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집집마다 굴비를 말리는데 태권도 대회 심사위원으로 갔을 때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 부모님 집에서 굴비를 말린다는 말을 듣고 가져다 쓰면서 메뉴에 추가했다.

굴비는 클수록 맛있기 때문에 주변의 다른 가게보다 훨씬 큰 굴비를 손맛이 뛰어난 황 대표의 부인이 재래식으로 맛깔나게 쪄낸다. 같이 나오는 돌솥밥은 러시아에서 공수해오는 차가버섯 끓인물을 밥물로 해서 밥을 짓는다.

밥은 얼음 띄운 녹차물에 말아먹고 차가버섯 물로 눌은밥을 만든다. 녹차물은 밥이 잠길듯 말듯 자박하게 말아야 밥알이 그냥 넘어가지 않고 씹힌다. 요즘같은 뜨거운 날씨에 차가버섯 돌솥밥을 녹차물에 말아 한숟갈 떠서 꼬들꼬들 찌어낸 보리굴비 한두점 발라 얹어 먹으면 녹차향에 비린내 전혀 없이 담백하고 고소한 맛에 '밥도둑'이 따로 없다.

●문어구이·한우구이

살아있는 큼직한 참문어 한 마리를 통째로 바로 불판에 올려 숯불에 구워먹는 문어구이는 인천에서는 '대동강'에서만 맛볼 수 있다. 문어숙회는 물기가 있어 씹는 맛이 덜한 반면 구이는 쫀득하게 씹히는 색다른 맛을 즐기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대동강이 원래 국내산 한우구이 전문점으로 유명한만큼 한우는 황 대표가 각별히 신경쓰는 음식이다. 횡성한우농장에서 클래식음악을 들으며 자란 한우의 토시살과 안창살을 겉만 살짝 익힌 뒤 한입 씹으면 연한 육질의 고기맛과 함께 흐르는 육즙은 입안을 행복하게 한다.



송판 대신 '면' 때리는 태권도 세계챔피언


대동강의 시작은 196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화극장 옆 골목 안쪽에서 지금 대동강을 지키고 있는 황용수 대표의 어머니가 고향인 평양을 그리며 '대동강'이란 상호로 고기집을 시작했다. 66년에 신포시장 입구 '다복집' 옆으로 대동강을 이전하며 시누이이자 황 대표의 고모에게 가게를 넘겨줬는데 장소만 배다리 책방거리 안쪽으로 옮겨 '영일옥'이란 상호로 아직도 영업하고 있다.

대동강의 신포동 시절에는 '능라도', '부벽루'라는 평양의 명소를 상호로 쓰는 가게 세 곳이 유명했는데 모두 평양출신의 실향민들끼리 모여 장사를 하던 집이었다. 대동강은 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까지 토끼, 염소, 꿩, 멧돼지, 노루, 사슴, 참새고기 등 야생고기가 있는 집으로 유명했는데 당시 포수들이 야생에서 잡은 것들로 고등학생이던 황 대표가 시골장을 돌며 구입했다. 황 대표가 대학에 다닐 때는 아침에 남대문시장에 들러 주문하고 저녁에 집에 올 때 가져오곤 했다.

대동강은 원래 토시살, 안창살 등 한우고기로 잘 알려진 집이다. 지금은 강원도 횡성한우를 쓰는데 황 대표는 횡성 한우농장을 해마다 한번씩 가보고 확인한다.

"소고기는 직접 키울 수 없으니 누가 좋은 고기를 구해서 손님들에게 제공하느냐에 맛의 생명이 달렸지요. 요즘은 숙성기술이 발달해서 육질은 연하게 흉내낼 수 있지만 아무리 숙성을 잘해도 육즙만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95년에 가게를 송도로 이전하기로 마음먹고 부인과 대부도에 바람 쐬러 갔을 때 할머니가 하는 칼국수집을 들렀는데 갯벌에서 직접 캐온 바지락을 넣고 끓여준 칼국수를 먹어보고 우리도 점심메뉴로 팔아보자 해서 시작한게 지금의 '대동강 바지락칼국수'다.

"칼국수는 바지락과 함께 면이 맛을 좌우하는데 비닐에 헝겊을 씌워 발로 밟아 반죽하는게 쫄깃쫄깃한 식감을 내는데 최고지요. 그래서 면은 힘들어도 직접 반죽을 해요. 한참 잘나갈때는 점심시간에 20~30m씩 줄서서 기다려서 먹곤했지요."

황 대표는 우리나라 최초의 태권도 세계챔피언이다. 대학교 1학년 때인 75년 플라이급을 우승했는데 66년 레승링의 장창선에 이은 인천의 쾌거로 76년에 태권도로는 처음 훈장을 받고 박정희대통령으로부터 친필 휘호까지 받았다. 지금도 대동강 2층에는 당시 받은 휘호가 액자에 보관돼 걸려있다.

'대동강에 오면 좋은 일이 생깁니다'라는 신념으로 운영하는 대동강 1층은 테이블 사이가 널찍널찍하게 배치돼 있어 편하게 식사할 수 있고 2층은 8인석, 4인석이 각각 3개씩인 비즈니스룸이 있는데 8인석 룸은 칸막이를 트면 20명이 넘는 단체손님도 이용할 수 있다. 자체 주차장이 있으며 점심 예약은 필수다. 032-831-1128


[인천예총 이종관 회장·송인혁 부회장]

"열정적 음식에 응원 얻었다"


"예총이 예술인들만의 예총이 아닌 시민들께 벽을 낮춰서 즐겁고 편하게 교감하는 예총이 되어야합니다. 잘못된 관행은 벗어나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예총, 희망의 예총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인천예총 이종관 회장이 청량산 밑자락에 있는 바지락칼국수, 보리굴비정식으로 유명한 '대동강'에서 송인혁 예총 부회장 겸 인천영화인협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인천예총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차분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힘주어 말했다.

지난 3월23일 열린 선거에서 제12대 인천예총 회장에 당선된 뒤, 4월27일 취임식을 가진 이 회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회장 임기를 4년 단임제로 바꾸는 임원규정을 개정한 것이다.

"연임에 대한 미련없이 임기동안 모든 역량을 바치려 합니다. 국악, 무용, 문인, 미술, 사진, 연극, 연예예술인, 음악, 영화인협회와 강화지회에 4000여명 회원들이 있는 거대 조직을 이끌어 가야 하는데 회장 혼자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박명성 사무처장은 고위 공직자 출신이라 워낙 행정에 밝으시고 4명의 부회장님들도 적극 협조를 해주셔서 취임 후 사무처와 회원단체의 개선해야 할 점과 계승해야 할 부분이 조금씩 보이게 됐습니다."

이 회장은 선거과정에서 화합과 신뢰 구축, 안정적인 재원확보, 혁신적인 환경개선, 회장임기 단임제 등 4개의 비전을 제시했다. 단임제는 실천했고 화합과 신뢰는 재원확보와 환경개선을 이루면 자연스레 될 일이라고 말했다.

"38년 된 예총회관은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장애인이나 원로 예술인 등 노약자에게 무척 불편합니다. 배관도 툭하면 물이 새 보수해서 쓰는 실정입니다. 수봉산 중턱에 있는데 대중교통이 없으니 접근성이 떨어지는건 당연합니다. 요즘같은 날씨에 공연이나 전시를 보자고 걸어서 올라오려고 생각하면 끔찍하죠."

이 회장은 예총회관의 이전이나 신설을 시 정부·타 의회와 시간을 갖고 풀어나갈 예정이지만 재원확보도 못지않게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재원 마련을 위해 의식있는 기업인들이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사회공헌 하는 '메세나 활동'으로 '문화예술포럼'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창작활동 지원은 물론, 음악이나 미술을 하고 싶은데 형편이 어려워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장학금 제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 공연이나 전시회를 할 때 문화예술 단체나 개인 자부담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까지 30%였고 지금은 10%로 낮아졌지만 아예 없앤 지자체도 있는만큼 시정부나 의회에 자부담을 없애는 것이 결국 간접적인 지원이라는 걸 설득할 계획입니다."

다섯 살 때부터 음악을 한 이 회장은 트럼펫 연주자다. 국립교향악단 상임단원, 인천시립교향악단 수석단원을 역임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 지휘자 자격을 취득하고 인천교향취주악단 상임지휘자 등을 거쳐 인천뉴필하모닉 대표 겸 지휘자로 있다.

이 회장의 이야기를 듣던 송 회장이 인천영화인협회에 대해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문을 열었다.

"인천출신 유명 원로배우들이 많지만 영화인협회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90년대 말 협회가 생겼다 해체되는 진통을 겪은 뒤 젊은 영화인들이 재정비해서 정식으로 예총 산하단체로 가입한게 2003년입니다. 최불암 선생님은 명예회장이고, 탤런트 송옥숙씨에 이어 제가 2년 전부터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협회는 매주 토요일마다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시민들에게 시나리오 쓰기부터 연출, 촬영, 편집 교육을 하고 직접 단편영화를 만들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해마다 10월에는 미추홀단편영화제를 주최하고 있습니다."

예술인이면서 인천예총을 이끌고 있는 이 회장과 송 회장은 "예술은 열정이 없으면 할 수 없다"며 "음식도 예술"이라고 입을 모았다.

"예술이 정신과 마음의 위안을 주는 보약인 것처럼 오늘 보리굴비에 차가버섯 밥물로 지은 돌솥밥과 육즙이 살아있는 소고기를 맛보니 뜨거운 날씨에 진정한 보약을 먹은 느낌이에요."

/여승철·이아진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