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섬은 고립된 공간이다. '오지'라는 인식이 들 정도다. 오가기도 힘들 뿐더러 섬을 그다지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국가도 뾰족한 정책적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고려·조선시대에는 죄인을 유배 보내거나 섬은 사람 살기에 부적합하다는 기조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면서 우리도 알게 모르게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됐다. 그러던 섬이 국회 본회의에서 '도서개발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함으로써 이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정부는 8월 8일을 국가기념일인 '섬의 날'로 확정하고 기념식을 연다. 국내 섬 정책을 변화시키는 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인천시도 이에 발맞춰 '살고 싶은 섬, 가고 싶은 섬 만들기'에 들어갔다. 도서민의 불편 사항을 개선하고,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각종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고령화'한 섬에 활력을 불어넣어 누구든지 살고 싶은 섬을 만들겠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인천에는 168곳의 유인도가 있지만, 그동안 섬 주민 삶의 질은 그리 높지 않았다. 더구나 백령도와 연평도 등 소위 서해 5도 주민들은 정전협정 이후 북한의 위협에 시달리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살아가야 했다. 인천이 갖고 있는 이런 특수성 탓에 섬 주민들이 겪었던 고통과 불편은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다. 지금이야 배편이 좋아져 뭍으로 오가는 데 그럭저럭 불편을 덜 수 있지만, 주민들의 섬 생활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어로가 대부분인 섬 사람들은 '개발광풍'으로 된서리를 맞으며 지내기도 했다. 그나마 요즘은 섬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면서 생계 유지에 도움을 받긴 하지만, 획기적인 섬 정책 변화 없이는 별로 달라지지 않을 듯 여겨진다.

정부와 지자체는 '섬의 날' 행사에 치중하는 요식행위에 머물러선 안 된다. 미래 잠재성장 동력으로서 섬의 가치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어류 판로 개척이나 여객선 운임 무료 등 실질적으로 섬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얘기다. 주민 소득 사업을 발굴하며 섬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마땅하다. 그래야 섬 주민 역량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번 기회에 도시와 멀리 떨어져 사는 '외로운' 섬 주민들을 위해 정부와 인천시가 특단의 대책을 세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