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운 인천대 교수·한국스마트워터그리드학회 회장

 

우리나라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이 건설중인 라오스 세피안-세놈노이 수력발전 보조댐 붕괴사고로 인해 사망자 및 실종자가 130명을 넘어섰고 침수피해 정도는 아직도 산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라오스 정부와 시공업체 간에 이견이 있어 조사를 통해 자세한 댐 붕괴 원인이 밝혀지겠지만, 그동안 시공 선진국이라고 자부해 왔던 우리나라 업체가 시공하던 댐이라는 점만으로도 우리에게 주는 충격은 크다. 정부와 대한적십자사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온정의 손길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나마 조그마한 위안의 마음을 갖는다. 그러나 이런 대형사고를 그냥 무심하게 넘길 것이 아니라 왜 사고가 반복되는지, 우리에게는 이러한 사고 가능성은 없는지, 우리가 지금 소홀해서 미래의 사고를 부르고 있지는 않은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인프라와 관련된 안전 문제는 인프라 시설을 계획하고 수행하는 담당자나 기술자들의 빈틈없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선진기술의 끊임없는 습득과 적용을 통한 안전에 대한 세심한 준비와 단계마다 꼼꼼한 확인이 필수적이다. 안전 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1/1000, 1/10000로 낮다고 하지만, 사고가 한 번 일어나면 그 영향은 가늠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가능성을 사전에 살펴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해야 한다. 가끔씩 예산을 절약한다는 명목으로, 때로는 한정된 예산만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정치권이나 정책담당자의 요구를 적당히 수용하여 미리 대비해야 하는 안전문제를 소홀히 하는 경우를 본다. 이러한 자그마한 소홀이 엄청난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으므로 적당히 타협하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상급자나 위정자, 국민을 한 번 설득해서 안 되면 몇 번이라도 반복 설득해서 꼭 반영시켜야 한다. 그래도 반영되지 않으면 아예 공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국민들에게 실상을 올바로 알려 나갈 필요가 있다. 인프라 시설이야말로 어느 특정 개인보다는 전체 국민, 다수의 시민들이 골고루 혜택을 받기 위해 계획하고 투자하며 개선해 나가는 것인데, 이로 인해 안전문제가 야기된다면 아예 손을 대지 않는 게 나을 것이다. 물론 투자 미진으로 인한 불편 감당이나, 이런 투자 부진으로 인한 안전문제를 야기한 사람이 어떠한 형태로든 책임을 지도록 만드는 것은 국민들의 몫이다.

둘째, 이번 기회에 우리 국민들이 안전에 관한 자세를 바꾸어야 한다. 그동안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조직개편, 정책제시, 더 나아가 국민적 약속이 있어 왔지만 여전히 안전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너무 빠르게 망각하는 것을 우리 국민의 특성이라고 치부하기보다는 이와 같은 사고를 냉철하게 살펴보고 근원적으로 바뀌도록 만들어 나가야 한다. 겉으로만 번드르하고 적당히 넘어가는 사람보다는 묵묵하지만 하나하나 준비하고 실행해 나가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파악하고 그들이 제 역할을 하도록 여러 방면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한때 많은 논란 속에서도 원칙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지은 인천국제공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공항으로 인정을 받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은 누군가의 피와 땀이 배어난 결과이다. 요즈음 예년에 없는 폭염을 경험하면서 곳곳에서 일어나는 정전사고를 그저 노후건물에서 일어나는 사례라고 제쳐두어서는 안 된다. 차량을 운행하면서 냉각수나 오일도 갈아주고 타이어도 살펴보는 등 적절한 유지·관리가 이루어져야만 차량이 제 역할을 하는 것처럼 인프라에 대해서도 적절한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셋째, 스마트 인프라 시설을 즉시 도입해야 한다. 사고는 사전 징조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소홀히 하면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지금 우리는 머릿속에 생각하는 것까지도 알 수 있는 스마트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 기술을 단순히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데에만 쓰이게 하지 말고, 각종 인프라를 새로 설치하거나 개선하는 데 우선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시티는 인프라의 스마트화에 중심을 맞추어야 한다.

이번 라오스 댐 붕괴로 인해 사고를 당한 라오스 국민들과 이재민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자 한다. 아울러 선진국 대열에 서 있는 우리나라가 이런 사고를 줄여나가고 적절한 대책을 선도하는 국가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