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한기는 맹렬해서 일본에 비교도 안된다. 종일 내 손가락은 반쯤 감각을 잃고 아침 미사를 드릴 때에는 손을 움직일수도 없다.』 임진왜란때 왜군을 따라 입국했던 천주교 선교사 세스페데스의 1593년 기록이다.

 자료에 의하면 그는 우리나라에 체재중 4통의 서간문을 남기고 있다. 제1신은 그 내용으로 보아 그해 말 크리스마스때 우리나라에 도착 즉시 쓴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조선에서의 추위」는 그때의 경험이 아닌가 추측된다. 그는 그 서신에서 병사들이 추위와 기아 및 질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도요도미의 보급이 충분치 못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겨울날씨는 시베리아에서 발달하는 대륙성고기압에 영향한다. 몽골과 바이칼호 일대에 고기압이 일기 시작하는 것은 10월말에서 11월경이며 12월과 이듬해 1월은 최성기이고 3월에 가서야 쇠퇴한다. 이때 고기압은 강한 계절풍으로 극동지방을 엄습하며 우리 한반도가 추위를 타는 것이다. 그러니까 태평양의 해양성기후하의 일본과 비교될바 아니다. 세스페데스의 『일본에 비교도 안된다』함은 맞는 표현이다.

 요즘 며칠째 중부지방의 아침 기온이 영하 6~7도를 오르내린다. 한 겨울의 추위에 비교할 것은 못되나 대설추위 치고는 맵다. 게다가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를 더욱 떨어뜨리고 주말까지 추위가 계속되리라 한다. 아무래도 유난히 춥겠다는 올 겨울의 장기예보가 맞아 떨어지는가 보다. 하긴 유럽에도 한파가 몰아친듯 앞서 곳곳에서 동사자가 여럿 발생했다는 보도도 있었거니와 외신은 다시 눈속에 갇힌 스웨덴의 풍경을 전한다.

 그러나 추울때는 어느 정도 추워야 한다는 말들을 한다. 물론 없는 사람들이 지내기에는 춥지 않은 겨울이어야 하는 법인데 몇차례 추위도 있어야 생활에 긴장도 생기고 역경에 대비하는 의지도 길러진다는 것이다. 더울때 덥고 추울때 춥게 살아가는 것을 생활리듬이라고 하는가 보다.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된 겨울 없이 지내야 할 계층이 주변에 너무 많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