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에오스는 달의 신 셀레네와 자매간이면서 새벽의 신이다. 아침마다 해가 떠오르면 장밋빛 손으로 밤의 커튼을 걷어낸다. 그녀에게는 맴논이라는 절세의 미남 아들이 있었다. 에티오피아의 왕으로서 트로이 전쟁에 트로이를 도우러 갔다가 아킬레우스에게 죽음을 당했다.
 맴논이 아킬레우스와 대적하여 싸울때 그들의 어머니는 오림포스산에 올라가 각기 자신의 아들이 승리하게 해달라고 제우스신에게 애원했다. 난처해진 제우스는 저울을 가져다 두 장군의 운명을 측정해보니 맴논이 짧은 것을 알았다. 결국 맴논이 패했으며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여 에오스는 새벽이면 눈물을 흘렸다. 이 새벽의 여신이 흘리는 눈물이 이슬이다.
 이슬은 밤공기의 온도가 내려갈때 공기중의 수분이 엉기는 물방울이다. 지표면의 풀잎이나 돌에 생기며 수증기가 많은 호반이나 하천변에 잘 맺힌다. 수분의 양으로야 대단치 않으나 식물의 생육에 크게 영향한다. 특히 사막의 비없는 여름철 초목들이 이슬 덕을 톡톡히 보는데 그래서 성경에서 이슬은 하늘이 내리는 축복의 상징이었다. 지금도 이스라엘의 네게브 사막에서는 이슬로 수박을 재배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슬은 태양이 떠오르면 곧 말라버린다. 이를 비유하여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을 “이슬로 사라진다”고 하며 덧없는 인생을 “초로인생”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마르기전 햇빛에 반사할때 영롱하여 보석같다며 시인들이 노래한다. 박경룡은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동자”라 했으며 국어학자 이희승은 수필 “청추수제”에서 “달빛에 젖고 벌레 노래에 엮어진 청신한 진주떨기”라고 했다.
 오늘이 10월8일-한로이다. 찬이슬이 내린다는 날로 이미 가을이 깊었다는 뜻이다. 이때쯤이면 단풍이 들고 농촌에서는 추워지기전 추수를 서두르는 때이다. 옛말에도 이날로 부터 기러기 날아들고 조개가 나며 국화가 노랗게 핀다고 했거니와 국화주와 국화전은 이때의 계절음식이었다.
 이슬의 의미를 재음미하면서 한번쯤 문인들의 고운 작품을 접해 볼만한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