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많이 내린 어느 겨울 마을사람들이 땔나무를 할 수없자 마을 느티나무를 베겠다고 했다. 노인 한분이 마을을 지켜주는 나무를 베면 아니된다면서 대신 자기집 행랑채를 헐어가라고 일렀다. 봄이 되어 행랑채가 없으니 머슴살이를 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하루는 웬 총각이 찾아와 머슴을 살겠다며 자청 잔일을 거들었다. 잘자리도 새경도 필요없고 다만 일만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다. 모내기철이 되자 부지런히 못자리를 하고 가뭄에는 물길을 트는 등 가을에 풍년을 일구었다.
 그럭저럭 추수를 마치고 총각이 하직인사를 했다. 노인이 새경을 주려하자 삯을 받으려고 일한 것이 아니라 은혜를 갚을뿐이라며 사양하고 떠났는데 사람들이 총각을 느티나무로 여겼다. 오래된 나무들은 신통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뒤로 사람들은 느티나무를 더 위하고 농사도 더욱 잘 되었다.
 시골 마을에는 대개 느티나무 고목이 서있다. 여름이면 드넓게 짙푸른 그늘을 드리워 마을사람들이 모여 더위를 식혔다. 동구 밖에는 마을을 지켜주는 당산목이 있어서 마을의 평안과 풍년을 비는 동제를 지냈다. 이들 나무는 몇백년씩 된 것이 보통이어서 낙뢰로 불구가 되든지 밑둥이 썩었어도 가지 만큼은 무성했다.
 현재 우리나라엔 만여주의 백살이 넘는 노거수가 보호받고 있다. 이중 5천4백주가 느티나무요 은행나무가 700주이다. 이중에서 천년 이상은 64주인데 느티나무가 25그루 은행나무는 22그루이다. 이처럼 느티나무는 은행나무와 함께 우리땅에서 가장 오래 사는 장수목이다. 이들 나무들은 한자로 槐木(괴목)이라고도 해서 글자 자체가 이미 나무와 귀신이 더불어 만남을 말해준다. 그래서 고목은 금기의 대상이며 성역이요 마을과 나라를 지켜주는 영험함이 곳곳에 이야기로 전해진다.
 양주군의 느티나무 네그루가 대대적인 외과수술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공해에 시달려 쇠약해지기 때문이다.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을 나무의 연륜속에 담아 건강하게 후손에게 물려줌이 우리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