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문화의 세기」라 불리는 21세기를 불과 2년을 앞둔 시점이다. 그러나 갑자기 터진 경제불황은 지역 문화예술계를 1년 내내 허덕이게 했고 전망을 어둡게 했다. 그러나 지역 예술계는 끊이지 않는 활동으로 존재를 외부에 알려왔다. 올해의 문화예술계 1년을 장르별로 진단해 본다.

 올해 인천문학계는 지난해말 터진 IMF의 된서리로 인해 1년 내내 침체와 위축의 늪에 허덕였다.

 특히 문학은 출판시장이 붕괴되면서 문화예술의 어느 장르보다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출판시장 붕괴로 문학인들의 발표지면이 대폭 줄어 작품발표면에서 지역문인들의 창작활동이 예년수준의 절반에도 못미칠 정도로 위축됐다.

 게다가 문인들은 문학창작이라는 본업을 떠나 생계라는 부업에 더욱 매달려야 했다. 그동안의 문학활동이 호황기였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지역문단과 문인들은 어느 분야보다 불황속에 1년을 보냈다.

 올해 인천문학의 특징은 ▲경제불황과 출판시장의 붕괴로 인한 작품 활동의 저하 외에 ▲여성문인의 활발한 작품활동, ▲민족문학작가회의 인천지회의 탄생으로 인한 지역문학 지평의 확대 등으로 대별될 수 있다.

 작품수 면에서 보면 불과 15권 내외의 창작단행본들이 나와 예년 30권 수준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소설의 경우 단 한권의 창작집이 나왔고 예년에 활발하던 시와 수필의 경우 합쳐 10권을 채우지 못했다. 다만 원로급에 해당하는 문인들은 현상을 유지했다. 랑승만시인이 오랜만에 시집을 내놨고 아동문학가 김구연씨가 2권의 창작동화를 내놓아 다작형임을 과시했으며 수필가 한상렬씨가 수필이론서를, 김양수씨가 「인천개화백경」이라는 향토관련서적을 내놓는 등 원로문인들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노익장을 과시했다.

 침체 분위기속에서도 여성문학인들의 활동은 오히려 두드러졌다. 여성들의 창작집이 남자들보다 많이 나왔고 올해 등단한 문인도 모두 여성들이 차지했다. 유일하게 나온 소설 한 편도 여성 몫이었을 정도. 특히 인천문인협회나 새얼문화재단 등 문화단체들이 공모한 주부백일장에 예년보다 많은 주부들이 몰려 문학인구 저변확대면에서 여성인구가 크게 늘고 있음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이는 남성문인들이 창작보다 생계에 치중한 반면 이에 대한 부담이 적은 여성들의 창작활동은 활성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여성들로만 구성된 「굴포문학회」는 올해 이재연씨, 김진초씨 등 2명의 등단신인을 배출해 당초 여성문화회관 문예창작반으로 출발했던 이 문학동인의 상당수 회원이 이미 기성문인의 수준에 진입했음을 보여줬다.

 연말(12월11일)에 창립하는 민족문학작가회의 인천지회는 그동안 문인협회가 주도해온 인천문학의 지평을 넓혀놓는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중앙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지역거주 문인 50여명을 확보한 이 단체는 다양한 사업과 활동을 구상해 놓고 있어 앞으로 폐쇄적이고 정체됐다는 평을 얻고 있는 인천문단의 위상과 지평을 한층 더 넓혀 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6월 열린 인천문인협회 주최 「인천문단 바로보기」 세미나는 지역문인들이 오랜만에 공개된 장소에서 지역문인의 태도나 문단의 문제점에 대한 자성의 기회를 갖고 발전방향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한 행사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