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정부의 국가어항개발 사업이 주먹구구식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어항개발의 입지 선정이 지역 특성이나 주민들의 어업활동과 배치돼 오히려 정주여건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어떤 곳은 막대한 초기 개발비를 투입하고도 사후 관리가 없어 폐항에 이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국가어항개발 사업은 '살기좋은 어촌 건설'과 '국가 균형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촌·어항법은 전국에서 이용하는 어항 또는 섬, 어장 개발이 요구되는 외딴 섬, 어선 대피에 필요한 어항 등을 국가어항으로 지정하도록 돼 있다. 지정권자는 해수부장관이며 국가 개발비를 전액 지원한다. 지금까지 102개 어항에 4조2000여 억원이 투입됐다. 인천의 국가어항은 모두 5곳이다. 어유정항, 덕적도항, 울도항, 선진포항, 소래포구항이다. 문제는 이러한 국가어항개발 사업이 '살기 좋은 어촌 건설'에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덕적도 울도항의 경우 2006년 수십억원을 들여 어선 대피를 위한 피난항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이 사업은 이 곳 주민들의 생활권과 어업활동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돼 피해만 끼치고 있다고 한다. 외부에서 온 뱃사람들이 주민 생활권역에 폐그물 등 쓰레기만 잔뜩 버리고 가기 때문이다. 또 양식어업을 영위하기 좋은 곳에 피난항을 개발해 생산활동을 위축시키고 있기도 하다.
옹진군 장봉항의 경우 1971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기본시설 완공 후 사후 관리는 없이 항내 퇴적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어항 기능을 상실하게 됐다.

어항은 대규모 투자비가 소요되고 투자 후에는 수정이나 보완이 매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투자 회수에도 장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역적 특성과 어업활동 환경 등을 면밀히 살펴 시행착오가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해수부는 예산타령을 하며 국민의 세금을 헛되이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제라도 국가 어업 대계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생활 여건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민간사업이라면 이렇듯 대충 대충의 투자가 있을 수 없다. 정부가 제대로 못하면 차라리 민간에 넘기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