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차균 성남시 수도행정과 주무관
목욕·청소·색소폰 재능기부 등 중증장애 요양원서 14년째 활동

"봉사는 나눔이고 기쁨입니다. 무엇보다 제 자신의 삶을 행복하고 윤택하게 합니다."

김차균(53)성남시 수도행정과 주무관은 1일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의 편안함을 위해 봉사 활동한다. 하지만 남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기는 불가능하다. 삶의 다른 영역에서는 느끼기 힘든 끈끈한 유대감을 봉사를 통해 얻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증장애 어르신 13명이 모여 요양하고 있는 '시온의집'에서만 목욕, 밭일, 청소, 야외 나들이 등의 봉사활동을 14년째하고 있다.

김 주무관은 매월 둘째주 토요일 다른 약속을 할 수 없다. '시온의집'으로 봉사활동을 떠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를 포함해 10여명으로 꾸려진 봉사단체 '소망의빛' 회원들은 시온의집에서 목욕봉사에 이어 밭(1000여㎡)에 나가 감자, 고추, 오이 등을 가꾸는 농삿일을 한다. 여기서 수확한 농산물은 모두 요양원 식구들의 먹을거리다.

그는 "2004년 5월쯤 고교 친구의 권유로 목욕봉사를 시작했다. 첫 목욕봉사 때 어른신들의 몸에 묻은 물기를 수건으로 닦아주던 일이 또렷이 기억에 난다. 그때 계속해서 봉사를 할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마음속으로 했었다.

'친구 따라 강남간다'는 속담이 있는데 어느새 여기까지 오게됐다"고 했다.
그의 자원봉사시간은 565시간30분(2013년6월부터 집계)이다. 이는 2004년 5월부터 2013년 5월까지 9년 간의 봉사활동 시간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다섯 손가락이 펴지지 않아 주먹쥐고 지내던 80대 중반의 할아버지 한분이 계셨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목욕을 시켜 드린 다음 마지막으로 손 사이에 때를 없애고 싶었요. 생각끝에 운동화끈을 주먹진 손가락 사이에 넣어 때를 닦아 드렸습니다. 어른신이 시원하셨는지 환한 미소를 지으셨다. 그 모습이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의 봉사활동은 색소폰 재능기부로 이어진다.

"고교 때 밴드부에서 색소폰을 불었어요. 이어 성남시청 공무원 밴드에 가입해 보컬과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성남 보아스요양원, 광주 청정주간 노인센터, 시온의집 등에서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 계신 분들은 상대적으로 문화적 혜택을 덜 받고 있잖아요. 공연진 섭외에서부터 연주, 노래에 이르기까지 모두 하는 셈이지요."

봉사는 그의 가족도 변화시키는 힘을 발휘했다.

"아들, 딸이 어렸을 때 봉사활동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전업주부였던 제 아내도 '워십댄스'(worship dance
·찬송가나 복음성가에 맞춘 춤과 노래를 통해 신앙을 표현하는 것)를 배워 요양원들을 찾아 다니며 재능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봉사는 교육적으로도 좋고 가정을 화목하게 만드는 '사랑의 바이러스'인 것 같습니다."

그는 건강이 허락할 때 까지 봉사와 재능기부를 계속해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예전에 비해 봉사활동과 그 영역이 늘어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에게 눈길을 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넘쳐나는 사회, 생각만 해도 참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