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하도급, 공사원가 부풀리기, 임금체불 등은 국내 건설업계의 고질병으로 여겨진다. 불법 하도급은 원가 이하 시공으로 부실시공을 낳을 수밖에 없다. 공사원가 부풀리기는 '블랙 커넥션'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국민 혈세도 갉아 먹는다. 또 악덕 업주는 공사중 고의부도로 먹튀까지 일삼아 피같은 현장 노동자들의 임금까지 떼먹기도 한다. 이런 건설업계 병폐를 경기도가 대대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찬사를 받을 일이다.

경기도는 얼마 전 '공공계약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건설공사 원가 공개계획(안)'을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했다. 계획안에는 오는 9월부터 도와 소속기관 소관의 10억원 이상 건설공사는 설계내역서, 하도급내역서 등 공사원가 자료를 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앞으로는 모든 공사내역서를 투명하게 공개해 누구든지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한 셈이다. 특히 도는 관급공사 대금 적기지급과 임금체불 방지를 위해 '대금지급확인시스템'도 갖추기로 했다. 도 발주사업에 대한 하도급 대금 및 노무비 등을 청구에서부터 지급까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전자 시스템이다. 이 같은 도의 혁신안은 부실업체 퇴출강화, 불공정 관행근절, 관급공사 견실시공 효과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건설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처럼 정보 공개를 당연지사라고 여기지만,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모든 공사정보를 공개하면 다반사로 벌어지는 업계 간 담합이나 불필요한 설계변경 등을 통한 공사비 부풀리기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금지급확인시스템으로 인해 상습적으로 벌여왔던 임금체불 등은 꿈도 꿀 수 없게 됐다. 또 공무원들과의 유착도 힘들게 된다. 건설업계가 이번 계획안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하지만 국내 건설업계 고질병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게 이재명 지사의 소신이다.
경기도는 이번 개혁으로 발주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사비 부풀리기 등을 원천 차단할 방침이다. 갖가지 개혁에는 고통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곪아 터진 곳을 치유하려면 아픔을 감내해야만 한다. 업계의 반발도 예상되지만, 개혁이 용두사미처럼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