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경 정경부장(청와대·국회 총괄)
'君子之過也, 如日月之食焉. 過也, 人皆見之 更也, 人皆仰之.' '군자의 허물은 일식이나 월식과 같아 허물이 있을 때는 사람들이 모두 그것을 쳐다보면서 손가락질을 하지만 그것을 고치면 사람들은 그것을 우러러본다.'
공자의 언행록인 논어 자장편에 나오는 문구다. 즉 지도자도 인간이기에 실수로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실수를 빨리 깨닫고 고친다면 다시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부정을 저지를 생각을 하지 말고 실수를 했다면 감추지 말고, 그것을 인정하고 고쳐야 진정 지도자라 할 수 있음을 제시하는 글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로 잘못을 할 수 있다. 18세기 프랑스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잘못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잘못을 고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짓'이라고 했다.
잘못을 한 이후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정의롭고 신념이 강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다. 비겁하고 약한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는 걸 큰 흠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특히 서열이 정해져 있는 조직의 높은 위치에서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신의 잘못을 쉽게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군왕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했을까. 실수를 인정하고 잘못을 바로 잡는 것은 옳을 뿐만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디딤돌이다.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신입사원이 실수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고 성실하게 사과한다'는 업무 수칙을 두고 있다. 실수를 발견하면 즉시 상사에게 보고해 상사와 함께 고객에 사과해야 한다. 당장의 실수보다 실수 이후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중요시하겠다는 논리다.
요즘 기업 이미지를 결정짓는 요인 중 하나가 실수와 관련한 경영자들의 태도이다. 흔히 나쁜 갑질 기업으로 회자되며 위기를 맞거나 곤욕을 겪는 기업 경영자들의 공통점은 이렇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거나 실수라고 인정하면서도 자기 반성 없이 그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어려움에 빠졌다가 잘 극복한 기업의 경영자들을 보면 다르다. 모든 실패의 책임을 자기 탓으로 돌리고 반성하며 새롭게 출발하려는 노력을 보여왔다.
실패에 대한 지도자의 책임 인정과 반성은 기업 경영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시급 1만원 이상 최저임금을 갖춘 사상 최대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1년 지났다. 하지만 모든 경제 상황이 뒷걸음을 치고 있다는 비판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 상태로는 올해 경제성장률 3% 달성도 버거운 형편이다. 반도체 등 일부를 제외한 조선·철강·자동차 등 주력산업 대부분이 침체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오르며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정해졌다.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며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대다수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위협 속에서 지금의 최저임금도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최저임금 불복종" "폐업 불사"를 외치고 있다. 정부도 이를 인정하며 카드 수수료 인하나 임대료 상승률 제한 등의 보완책을 내 놓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반대 여론이 아무리 거세다 해도 당장 정권의 핵심 정책을 내리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책의 궤도를 수정하거나 보완하기도 쉽지 않다. 정권의 정체성과 수십년을 지켜온 정치적 신념, 학문적 이론을 담아 내놓은 정책 설계자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반대 여론에 밀려 백기를 드는 모양새는 스스로 용서하기 힘들 것이다.

경제상황이 위중하다. 실패한 정책이 아니라고 밀어붙이기만 할 때가 아니다. 정책은 수시로 수정·보완하는 것이지, 자신들이 내놓은 정책을 손질하는 게 실패를 자인한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생각하지 못한 미비점을 꼼꼼히 찾아내 보완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국민과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선택과 결단이 곧 나를 위한 것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것이 항상 옳은 진리는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