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평사격장 폐쇄를 요구하는 포천지역 주민들의 항의집회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범시민대책위 주관으로 열린 지난 25일 집회에는 600여명의 주민이 참석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사격장 앞에서 진행하는 1인 릴레이 시위는 지금 1000일을 넘겼다. 64년을 참아온 주민들의 요구는 점점 더 처절한 몸짓으로 바뀐다. 미군과 정부가 대답할 차례다. 더 이상 미루면 주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또한 정부가 가질 마땅한 태도도 아니다.

미8군 로드리게스 실전 훈련장, 일명 영평사격장은 1322만㎡에 이르는 규모로 지난 60여년 간 헬기와 전차 등 27종의 각종 무기 훈련장으로 사용돼 왔다. 반세기를 넘는 동안 인근 주민들은 화기 폭음과 분진, 헬기 소음 등에 시달렸다.

사격장에서 쏜 총알과 대전차 연습탄이 인근 상가 사무실과 축사, 민가 지붕 등을 가리지 않고 날아들었다. 오발탄과 도비탄 사고가 잇따르면서 주민 안전을 위협했다. 임신 가축들이 유산을 하는 사고도 빈발했다. 그나마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근래 들어서다. 권위주의 정치체제 속에선 생명이 위협을 받고 심지어 죽어나가도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주민들은 비로소 누구를 위한 평화, 누구를 지키기 위한 전쟁이어야 하는지를 묻게 된 것이다. 왜 하필 사격장은 주민 가까이에서 공포를 조장하며 있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매향리에서도 그랬다. 대안이 없다고, 미군도 정부도 그랬다. 그러나 대책이 없다던 매향리는 사격장을 전격 폐쇄한 이후 평화를 되찾았다. 대안이 없을까. 아주 고통 속에서 정부를 믿고 참고 기다려준 포천 주민들, 동병상련 고통을 겪고 있는 여주 공군사격장 인근 주민들의 고통을 쓰다듬어 줄 '착한 나라'는 없는가. 몇 명이 되었든 그들은 나라가 지키고 보호하고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돈으로도, 그보다 더한 어떤 가치로도 환산할 수 없는 우리 국민이다. 사격방향을 바꾸고, 표지석을 설치하는 등의 조치는 필요 없다.
사격장이 꼭 필요하다면 주민 삶터로부터 더 멀리, 더 깊이 떨어져야 한다. 그것이 주민들이 요구하는 근본적인 대책의 최소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