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너무 없어 …'기본소득제' 필요"
▲ 소득불균형, 빈부격차 등으로 허덕이는 사회가 아니라 공정한 사회, 공동체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 '기본소득제' 정착이 필요하다는 이한주 가천대 부총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대통령직속 국민성장분과위원장·새경기위 위원장 맡아
"기본소득제, 사람을 중심에 둔 인권 문제 … 세계적 흐름"
경기 '지역화폐 도입·기본소득위원회 설치' 필요성 강조



모든 사람에게 빈곤선 이상의 생활이 가능한 돈을 주는 '기본소득제'는 지난해 핀란드가 처음으로 국가 차원에서 실험해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기도에 기본소득제 도입을 준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기본소득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민 모두에게 매달 일정소득을 조건 없이 지급해 기본 삶을 보장하고 아울러 삶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다.문재인 정부도 한계소비성향이 비교적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증가시킴으로써 양극화를 해소하는 동시에 소비를 증가시키고 이에 따라 과잉생산을 해소하면서 기업의 매출을 증가시키자는 '소득주도성장'을 이끌고 있다. '기본소득제'든, '소득주도성장'이든 핵심은 생산과 고용, 그리고 분배의 모든 측면에서 '사람을 중심'에 두자는 거다.
이같은 정책의 밑바탕에는 이한주 가천대학교 특임부총장이 있다. 이 부총장은 현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성장 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헌법개정안 자문안과 문재인 대선캠프 경제공약에도 관여했다. 경기도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 인수위원회인 '새로운경기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도정 방향 밑바탕을 그렸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도정의 거시경제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조타수가 된 셈이다. 그는 평소 "지금은 국민소득이 너무 없어 응급조처가 필요한 때다. 복지를 단순화하고 확장할 때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 기본소득제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세계 흐름, 기본소득제
기본소득제는 전세계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현재의 사회 안전망으로는 △급격한 기술발전에 따른 일자리 감소 우려 △부와 소득의 불평등 심화 등에 대처할 수 없다는 인식이 그 출발점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재벌체제라는 특수한 구조하에서 그 해결 방안이 여태 지연되거나 문제가 심화돼 삼성이나 한진 사태에서 보듯이 재벌의 잘못된 지배체제가 국민경제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부총장은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성장률이 1%씩 낮아지더니 급기야 지난 정부에서는 2%대에 머물고 말았다. 해외의 자원을 개발하고 4대강을 정비하여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던 계획도, 모든 규제를 '물에 빠뜨려 살아남는 것'만 남기겠다던 창조경제도 그 뜻만큼이나 모호한 결과로 나타났다. 잠재성장률의 하락만큼이나 심각한 현상이 양극화이다. 대략 1995년을 기점으로 한국 경제는 영세중소기업, 비정규직, 자영업, 여성, 노인 등으로 특정 지워지는 인구집단의 자산·소득 점유율이 현저히 낮아지고 상위 10% 이내에 자산과 소득의 쏠리는 현상이 구조화됐다"고 말한다.
'파레토 효율(자원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진 상태)'을 달성하려면 시장에서 거래의 공정성을 확보, 불필요한 갈등과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은 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 이래 경제학계와 경제정책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이를 위해 기본소득제 정책이 오래 전부터 논의가 됐다. 엔지니어 출신인 더글러스(C. H. Douglas)는 1924년 '사회적 신용(Social Credit)'이라는 저서에서 모든 근로자에게 기술발전에 의한 보너스를 기본소득 형태로 나누어줄 것을 제안했다.
'기술은 총생산과 근로소득과의 격차를 유발하기 때문에 정부는 모든 시민에게 '국가적 배당'을 지급함으로써 그 차이를 상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논리였다.
그 후 기본소득 제도는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진행됐다.
실제 실행에 옮긴 것은 미국 알래스카주고 가장 전형적인 기본소득제 형태를 진행했다. 지난 1974년부터 알래스카 주지사를 지난 제이 해먼드는 원유 생산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을 시민들에게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생긴 게 '알래스카 영구기금'이다. 올해 5월 현재 기금은 588억달러 규모다. 알래스카는 원유 수익금으로 조성된 기금의 배당금을 자산조사를 하지 않고 거주자 모두에게 매년 지급하고 있다. 배당금은 지난 5년간 기금 운용성과를 기준으로 매년 달라지는데, 지난해 배당금은 1022달러였다. 2015년의 경우 2072달러였다. 그 결과 알래스카주의 빈곤율과 불평등도는 미국 내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캐나타, 콜롬비아, 스위스, 핀란드, 네덜란드, 영국, 오스트리아, 독일, 남아공, 나미비아, 일본, 몽골 등 많은 나라에서 기본소득을 시행중이거나 준비중이다. 국가 공동체인 EU에서도 지난 2010년 '포용사회를 위한 기본소득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한국도 2009년부터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를 설립해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나라에서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는 이의 추진에 필요한 막대한 재정 부담 때문이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지난 2014년 대략적으로 1인당 360만원을 지급할 경우 181조원이 든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당시 계산은 대략적으로만 했다. 그래도 이걸 어떻게 마련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종합소득세를 올리자, 이자를 올리자. 토지세를 걷자, 생태세를 걷자 등 다양한 생각을 고민해봤다. 이같이 재원에 대한 우려도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작은 규모로 추진을 한 후 점차 늘려가는 방안으로 정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성남시의 청년배당이다. 이제는 경기도로 넓힌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지속할 수 있는 기본소득제를 정착할 생각이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기본소득제를 유토피아라고 하지만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을 중심으로 둔 인권이다. 그래서 기본소득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시간을 가지고 공감을 이뤄내고, 실험이 실패할 때 영향이 적은 작은 정부부터 출발해 국가단위에서 추진하는 게 옳다."


▲경기도형 기본소득제 방향
기본소득을 경기도에서 뿌리내기 위한 핵심은 '민중의 이해'와 '시장의 수용성'이다. 즉 공감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다고 해도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추진하기 어렵다. 또 시장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혼란만 가중된다.
이를 위해 준비한 것이 지역화폐 도입과 경기기본소득위원회다.
지역화폐는 시장의 수용성 측면이다. 지역화폐(상품권)는 현금에 비해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의 소비증진이라는 목적 달성에 훨씬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부총장은 "기본소득을 당장 시행하는 것은 굉장히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해야 되는 게 지역화폐 도입이다"고 말했다.
성남의 경우 청년배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해 전통시장이나 골목시장, 사회적 경제 부문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해당 부문의 소상공인들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청년배당으로 성남시 소상공인의 매출은 25% 정도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청년배당은 밑바닥 경제를 확실하게 활성화했다.
"지역화폐가 성공하면 중소상인이 안심을 하게 된다. 중소상인이 아닌 사람도 안심한다. 이게 자기들에게 심각한게 아니다. 이렇게 시장이 받아들일 준비를 만들어 주는 거다. 추진은 그담에 하는거다. 그래서 공약에 기본소득위원회 설치만 제안했다. 생각해 봐라. 실험을 해야 된다. 준비 단계가 많다. 기본소득은 몇원 가지고 얼마나 하겠다고 하는 것은 실패하려고 하는 거다."
기본소득위원회는 민중의 이해 측면을 고려했다.
"기본소득을 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협조와 이해가 중요하다. 그래서 경기기본소득위원회를 설치하기 위한 조례안에도 이 개념을 포함했다. 성남의 아동수당 지급 방식을 둔 논란이 좋은 사례다. 성남이 이번에는 실수를 했다. 정부에서 현금으로 주는 걸 갑자기 상품권으로 주겠다고 하니 시민들이 화를 내는거다. 상품권을 받는 시민들은 재래시장이 아니라 온라인몰을 이용한다. 물론 억측은 있다. 상품권이 나오면 꼭 거기에만 쓰는 것은 아니다. 상품권은 시장에서 쓰고, 생활비에서 아동용품 구매 등을 하면 된다. 하지만 정책 실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민의 협조와 이해를 구하지 못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



[경기기본소득위원회는 …]

경기도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밝힌 도정 운영의 한축은 '기본소득제'를 추진하기 위해 경기기본소득위원회 설치한다.
기본소득위원회는 기본소득위원회는 1개 위원회와 4개 실무위원회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도 집행부, 도의회, 관련 전문가, 청년, 소상공인 등 대표분야에서 추천을 받아 15명이내로 구성한다.
실무위는 기획재정, 시민참여, 지역경제, 연구·평가로 세분화했다. 이곳에서는 소요재정분석 및 정책 자문·기획, 계층별 의견과 제안, 지역경제 상황 모니터링, 정책효과 분석과 정책 피드백 등을 맡게된다. 기본소득위원회는 △맞춤형 기본소득 체계 구축 △기본소득제의 보편적 실천방안 연구심의 △기본소득 발전방안 논의 및 정보교류의 장 마련(국제세미나 개최 등) 등을 통해 기본소득제의 공감대 확산에 나선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