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정경부차장
경기 의정부갑이 지역구인 문희상(6선) 의원이 20대 국회 후반기 의장에 취임했다. 경기지역 출신으로는 64년 만이다. 전체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모여 살고 있는 수도권은 그동안 영·호남 패권정치에 밀려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영·호남 패권정치는 적대적 공생관계 속에 우리나라 정치가 발전하는 데 발목을 잡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패권정치 아래서는 정권이 몇차례 교체되더라도 여당이 추진하면 야당이 반대하고, 야당이 요구하면 여당이 무시하는 행태를 되풀이해 왔다. 그래서 경기 출신 문 의장에게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
문 의장은 취임 일성으로 헌법 개정과 선거구제 개편을 꺼냈다. 연말까지 여야가 합의된 개헌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선거구제 개편 없는 개헌은 무의하다고까지 말했다.
국민들은 지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목격하고 촛불혁명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치권도 여야 구분 없이 저마다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시행을 공약하며 화답했다. 국회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어 1년 6개월을 활동시한으로 정하고 개헌논의에도 착수했다. 하지만 여야는 권력구조 개편 등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출한 개헌안마저 야권의 방해로 본회의에서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그런데 지방선거 이후 여야의 입장이 고스란히 뒤바뀌었다. 당시 개헌안 폐기를 위해 표결 불참에 앞장섰던 야권이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고, 여권은 대통령의 개헌안이 폐기된 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개헌 논의조차 외면하고 있다. '당리당략' 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되풀이된다.

이에 대해 문 의장은 "개혁·민생입법 책임은 정부·여당이 첫 번째다. 야당 탓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여당이 주도적으로 개헌 논의를 이끌어 갈 것을 주문했다.
현재 여당의 태도는 마치 솔로몬 왕의 재판에 등장하는 가짜 엄마처럼 '아이를 반으로 갈라서 나눠갖자'는 식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선거구제 개편도 시급한 현안이다. 최근 노회찬 의원의 비보도 고비용 저효율 선거구제가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야는 헌법 개정과 선거구제 개편이 국민의 명령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