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호 언론인
사회 변화는 낯선 낱말을 낳는다. '성난 노인(angry silver)'과 '폭주노인'도 그 중 하나다. 공교롭게도 둘 다 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부정적 측면을 드러낸다. '앵그리 실버'는 세대 갈등을 넘어 단절로 나아가는 데서 오는 노인들의 분노다. '폭주노인'은 그 분노가 마침내 폭력 등 범죄로 치닫는 현실을 일컫는다. 앵그리 실버가 결국 폭주노인으로 되곤 한다는 점에서 둘은 하나다.

폭주노인의 경우 일본이 원조다. 2005년 일찌감치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니,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 또한 숱하게 겪었다. 만연한 고독사, 황혼이혼, 성매매야 그렇다 치자. 하나, 65세 이상 앵그리 실버의 폭행, 상해 범죄율은 2005~2010년 사이 크게 늘었다. 상해는 1.6배, 폭행은 4.3배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그 새 노인 증가는 1.3배. 범죄 건수 증가율이 노인 증가율을 앞질렀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7~8년쯤 앞둔 한국도 비슷한 양상이다. 61세 이상의 각종 범죄 건수는 10년 전인 2008년에 9만7천여 건. 8년 뒤인 2016년에는 19만3천여 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덩달아 전체 범죄에서 61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도 10%대를 처음 넘어섰다.

범죄도 범죄지만 세대 간 갈등과 단절도 심각한 수준이다. '태극기 노인'들은 앵그리 실버의 본보기다. 시대야 어떻든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믿는 게 곧 '팩트'다. 비슷한 연령대와 같은 이념의 연대는 강고하다. 다른 것은 가짜이며, 가짜는 적이다. 단절의 벽은 높아 섞이기 어렵다. 그렇게 친 장막에서 시대와 다투며, 늘 화가 나 있다.

앵그리 실버는 왜 화가 났을까? 대부분 영문을 모른다. 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말이다. 담장을 친 건 앵그리 실버 쪽이니 말이다. 문제는 그런 인식에서 비롯된다. 사회로부터 소외 또는 배제됐다는 앵그리 실버, 뭔 일인지 알 수 없어도 굳이 알려하지 않는 '기타 여러분' 사이의 골이 깊은 데서 온다.
그렇다면 그 깊은 골을 어떻게든 메워야 한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그 깊은 골을 대책 없이 방관하거나 비난하고만 있을 순 없다. 어렵겠지만 포기해서는 안 될 일이다. 앵그리 실버는 날로 늘어날 것이며, 오늘 그들의 자리는 내일 우리의 자리가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