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스텔스 자동차' 공포의 도로
야간 '스텔스 자동차' 공포의 도로
  • 김홍민
  • 승인 2018.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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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미숙·안전불감증 이유
전조·후미등 꺼놓은채 달려
과실 유무 명확한 기준없어
사고 나도 처벌은 솜방망이
"주의를 기울여도 위험한 게 야간 운전인데… 야간에 등화 장치가 꺼진 채 주행하는 차량은 매복해 있는 적처럼 위험한 존재입니다."

심야 운전이 잦은 택배 기사 배수철(31) 씨는 야간 주행 시 전조등이나 후미등이 꺼져있는 차량, 일명 '스텔스 자동차'의 위험성에 대해 이같이 토로하면서 경찰의 강력한 단속을 요구했다.

17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과 자동차보험 업계 등에 따르면 차량 등화 장치를 소등한 채 야간 주행을 일삼는 운전자들이 쉽게 목격되면서 교통사고 발생 위험을 높이고 있다.

이런 차량들은 운전에 미숙한 운전자가 전조등을 켜는 것을 깜빡하고 다니는 경우, 시동을 건 후 계기판에 불이 들어와 전조등이 켜졌다고 착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 안전 불감증으로 후미등이나 제동등이 고장난 사실을 신경 쓰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 가로등과 건물 불빛 덕에 시야가 확보돼 전조등을 켠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런 이유로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과실 유무를 가릴만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데 있다. 또 주행 중인 차량에 대한 경찰 단속도 쉽지 않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모든 차의 운전자는 야간은 물론 안개나 폭우가 쏟아질 경우에도 전조등, 차폭등, 미등 등 차량 점화 장치를 점등해야 한다.

이를 위반해 경찰에 적발되면 승합 및 승용 자동차의 경우 2만원, 이륜자동차와 자전거는 고작 1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운전 미숙이나 안전 불감증 등의 이유로 나타나는 스텔스 자동차 사고 위험성에 견줘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점화 장치를 켜지 않아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과실 비율이 낮아 사고 당사자 간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동두천의 한 대형마트에서 배달 일을 하는 안민섭(26) 씨는 "후미등을 켜지 않은 차의 뒤를 들이받았는데, 과실 비율이 내가 더 높게 나와 이해할 수 없었다"며 "경미한 접촉 사고였기에 망정이지 고속도로였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텔스 운전은 타인의 목숨을 담보로 한 살인 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점화 장치를 켜지 않아 사고가 났다 해도 원인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과실 비율이 책정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안매켜소'(안전띠 매고, 전조등 켜면 교통 소통 원활해진다는 뜻) 캠페인을 벌이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면서도 "주행 중인 차량을 단속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김홍민 기자 wallac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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