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경기본사 사회부 기자
'사람은 추억을 먹고산다'는 말이 쓰이곤 한다. 추억의 힘을 빗댄 표현이다. 하지만 한 울타리에서 사는 이웃과의 추억은 적거나 아예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집에도, 주민들의 마음에도 저절로 담장이 쌓였다. 팍팍함이 더한 도시 사람들은 이 추억이 너무 고프다. 이웃과의 추억이 생긴다면, 소중한 마음 한 공간을 기어코 내주고, 오래 간직하고 싶을 것이다. 수원시 지역 주민이 그렇다.

수원에서 '이웃 공동체'는 살아 숨을 쉬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개발 대도시란 점에서 놀라움을 더한다. 영통구 주민들은 단오어린이공원 일대에서 전통행사를 열었다. '청명단오제'라 불린 행사는 관(關) 주도가 아닌 주민들의 자발 모임이다. 어른과 아이 수천명이 오순도순 모여 소원을 빌고,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다. 그네·씨름·팽이·공기·투호 등 민속놀이도 즐긴다. 주민들이 모이고, 웃고 떠드는 과정을 거듭할수록 공동체는 성장했다. 행사를 둔 시각 차이에서 벌어지는 원·이주민 간 갈등을 소통·화합으로 다 해결했다. 마을 개발과정에서 수령 530년을 자랑하는 '보호수 느티나무'가 훼손될 위기에 놓이자 막아선 것도 주민들이었다. 안타깝게도 최근 이 나무가 비바람에 쓰러졌다. 나무 밑동 부분부터 찢겨 기존 형체는 이제 없다.

비슷한 사례는 인근 장안구에도 있다. 2012년 조원동 마을 주민과 아이 600여명이 '마을 만들기'의 일환으로 만든 대형 벽화가 사라질 위기다. 주민과 아이들이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그린 벽화가 무려 1400여장이다. 이중 일부가 세월의 풍파를 못 견디고 떨어져나가면서 철거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런 소식을 접한 주민들의 마음도 무너져 내린 분위기다. 영통의 느티나무, 장안의 벽화 모두 주민들의 추억을 고스란히 지닌 '상징'과 같은 존재였기에 충격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선 그간 쌓아온 공동체에 위기가 온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위기에도 공동체 정신은 오롯했다. 주민들이 토론 등의 과정으로 지혜를 모으고 있다.

수원지역 공동체는 결코 사물에 의해 탄생하지 않았으며, 사물로 흔들리지 않았다. 적극적인 주민 움직임에 시도 행정적인 대응을 하는 데 힘을 얻고 있다. 추억이 마음 속에 생생하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공동체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의 행복한 시간'을 간직하고자 하는 이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