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주차구역 있으나마나]
간격 좁고 일반차량 태반
이용 제재할 수단도 없어
인천 지역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을 일반 차량들이 차지하면서 임산부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일반인 이용을 제재하는 별다른 수단도 없다.

12일 인천시에 따르면 2013년부터 시행한 '인천시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에 맞춰 시·군·구 청사와 산하기관, 보건소 등 공공기관 48개소에 96면(작년 10월 기준)의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을 마련했다.

전용구역은 산모수첩이나 보건소에서 발급하는 임산부 자동차 표지를 부착한 차량만 이용 가능하다. 출산을 장려하고 여성 복지를 증진한다는 취지다. 현재 올 6월 말 인천에서 임산부로 등록된 인구는 2만1538명. 하지만 가뜩이나 면이 적은 임산부 전용 구역을 일반 차량이 점령하면서 취지가 무색해졌다.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주요 공공기관을 둘러본 결과, 시청 민원인주차장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은 일반 차량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임산부 주차공간 4면을 중년 남성들이 이용하기 일쑤였다. 중구가 3면, 인천시교육청 1면, 여성 전용과 임산부 전용을 통합해 4면을 운영 중인 동구 역시 이용자는 일반인이 대부분이었다.

민간시설의 경우 남동구 한 대형마트는 3층의 주차장 가운데 1층의 30%인 80면을 임산부 등을 포함한 여성 전용으로 지정했지만 남성차주부터 병원차까지 주차돼 있었다. 심지어 중구를 제외하고는 전용구역 폭이 일반구역과 같아 만삭의 임산부가 차 문을 열고 나가기 힘들었다.

인천시청 한 청원경찰은 "주차 공간 부족으로 일반 차량이 많이 대다 보니 임산부가 이용한다고 보긴 힘들다"며 "홍보가 잘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효성 없는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에 임산부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이달 초 남편과 시청을 찾은 성모(27)씨는 "임산부 전용구역이 꽉 차 20분간 헤매다 일반 주차구역에 차를 세웠다"며 "주차 간격이 좁아 차타고 내릴 때 부른 배가 옆 차에 닿을까 불안했다"고 토로했다.

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출산보육과 관계자는 "전용구역 설치도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고, 일반인이 차를 세워도 단속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제재 규정이 없다"며 "전용구역을 확대하고 안내문 공지와 인식개선 캠페인 등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예린 기자 yerinwriter@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