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시험 재정부담 크고, 허위이력 찾기 온 신경
입사 지원자의 스펙이나 배경보다 업무능력을 보겠다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인천지역 공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필기시험 도입으로 재정부담이 커지는가 하면 허위 기재를 걸러낼 묘수찾기에 온 신경이 곤두섰기 때문이다.

대행업체도 생겨나고 있는 만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8월 시행된 블라인드 채용에 따라 입사지원서에 성별·나이·학력·사진 등 지원자에게 선입견을 줄 수 있는 항목을 모두 없앤 인천관광공사는 올 상반기 정기 공채에 1524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2016년 680여명에 비해 2배가 훨씬 넘는 지원자가 몰린 것. 지원자가 급증하면서 필기시험 장소로 학교 2곳을 빌려야 하는 등 관련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인천관광공사 관계자는 "채용과정에서 사용되는 비용의 80% 이상은 필기시험이 차지한다"며 "이로 인해 채용 횟수가 줄어드는 등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5년 자체적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채용과정에서 지원자의 허위 기재 사실을 걸러내는 일이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됐다.

공사 측은 어학점수 등을 허위로 기재하는 사실이 종종 있지만 최종 면접 전까지 이를 가려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한다고 하소연한다.

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는 "최종 면접이나 합격자 발표에서 합격이 취소될 수 있는 사항이지만 몇몇 지원자 사이에서 허위 사실을 기재하는 경우가 발견됐다"며 "블라인드 채용이 공정한 심사라는 좋은 취지로 시작된 만큼 허위 기재 등으로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 중이다"고 밝혔다.

'합격 후 채용 취소'된 경우도 있었다. <인천일보 7월5일자 1면>

지난달 인천항만공사(IPA)는 블라인드 채용으로 시니어 일자리에 최종 합격한 50대 남성에게 오히려 합격 취소 사실을 알렸다. 시니어 일자리는 만 55세 이상부터 지원할 수 있지만, 지원자가 나이를 착각해 잘못 지원했기 때문이다. IPA 측은 블라인드 채용으로 인해 지원자의 실수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며, 블라인드 채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학 수시전형처럼 자기소개서 비중이 커지자 '대필' 논란도 커지고 있다. 자기소개서가 서류 전형 통과의 핵심 역할을 하자, 자소서 대필 업체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필 업체들은 10만~30만원 사이의 가격으로 취업 자기소개서부터 첨삭, 1분 자기소개까지 취업과 관련한 모든 분야의 작문을 대신해준다.

이처럼 블라인드 채용이 여러 문제에 직면하자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일섭 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되며 입사 지원자가 늘어난 것은 당연한 현상이며,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시급히 고쳐야만 더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며 "고정된 면접 방법에 고집할 것이 아닌 블라인드 채용과 어울리는 새로운 면접 방식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