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부엉이를 아테나에게 데려가다'
[썰물밀물] '부엉이를 아테나에게 데려가다'
  • 김형수
  • 승인 20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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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논설위원
부엉이를 소재로 만든 브로치, 퀼트 제품 등이 곧잘 팔린다고 한다. 생활공예서부터 명품 브랜드까지 핸드 메이드 상품 개발과 판매가 제법이다. 부엉이는 재물과 지혜를 상징하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주얼리 시장의 인기 아이템이었다. 부엉이는 생물 분류체계에 따르면 올빼미과에 속한다. 흔히 부엉이와 올빼미 명칭을 혼용해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귀뿔깃의 여부에 따라 부엉이와 올빼미를 구분한다. 올빼미는 머리에 깃이 없다. 부엉이는 수리부엉이, 쇠부엉이, 칡부엉이, 솔부엉이 등 종의 이름으로 불러야 정확하지만 납작하고 큰 눈의 얼굴 생김새가 비슷하면 대략 부엉이로 부르는데 개의치 않는다.

2500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 사용된 아테네 4드라크마(데나리온) 동전의 앞면에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있고, 뒷면에는 부엉이와 올리브 잎이 조각됐다. 유로연합 그리스는 현재도 아테네 여신의 성조(聖鳥)로 추앙된 부엉이를 1유로 동전에 새겨 사용한다.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에는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이 우편배달부로 공유하는 흰 부엉이 '헤드위그'가 활약한다. 해리에게 호그와트 마법학교 입학통지서를 전해준 것도 부엉이다. 부엉이는 어둠을 극복하는 지혜와 의지의 동물이다.

그리스 신화의 아테나(로마 신화의 미네르바) 여신에서 연관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철학의 가치를 의미한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어야 날개를 편다" 프리드리히 헤겔의 이 경구처럼 지혜로운 평가는 시간이 지난 후에 나타나 지혜를 품은 노인을 부엉이에 비유한다. 지식과 지혜를 지닌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대학의 상징으로도 등장한다.

최근 친문계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 '부엉이 모임'이 계파주의 논란 끝에 해산됐다. 단순 친목모임이라 주장하지만 전당대회를 앞둔 계파정치의 포석이라는 의혹을 감출 수 없다. 집권 여당이 전국 정치구도를 휩쓴 마당에 포용과 협치를 뒷전에 두고 정파로 망한 대한민국의 악몽을 답습한다면 문 대통령이 지방선거 직후 피력한 '두려움의 정치'도 생명력을 잃는다.

부엉이는 낮을 피해 활동하는 으슥한 밤의 사냥꾼이다. 어미를 잡아먹는 불효조라는 슬픔과 어둠의 부정적 이미지도 숨어 있다. 중세에는 탐욕, 분노, 위선으로 표현됐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을 지지하는 '부엉이 곳간'도 여전한데 굳이 달을 지켜야 할 부엉이들이 필요할까. 아테나 여신은 항상 그의 옆에 지혜의 부엉이들이 있었다. 그래서 쓸데없는 짓을 할 때 '부엉이를 아테나에게 데려가다'라는 서양속담이 사용된다. 요즘 정치현장에 쓰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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