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사회부장
'평행이론'. 누구나 들어봤을 터이다. 요즘 부쩍 '평행이론'이라는 말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찾아봤다. 한 포털사이트에 따르면 평행이론이란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쓰여 있다. 미국 링컨 대통령과 케네디 대통령이 같은 운명을 겪었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그리고 알게 됐다. 굳이 저 먼 미국까지 건너가지 않더라도,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쉽게 '평행이론' 예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4년 전과 지금이 평행이론에 딱 맞아 떨어진다. 6·13 지방선거를 거쳐 탄생한 기초의회가 바로 평행이론 주인공이다. 인천지역에선 군·구 기초의회 의원 102명이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더불어민주당 62명, 자유한국당 39명, 무소속 1명이다. 여기에 기초의원 비례대표 선거를 통해서도 16명이 의회 입성에 성공했다. 더불어민주당 9명, 자유한국당 7명이다. 앞으로 4년 동안 무려 118명의 기초의원이 자신들을 뽑아준 유권자를 위해, 자신의 동네를 위해 일하게 된다.

현재 인천지역 군·구의회는 이미 개원을 했거나 개원을 앞두고 있다. 민의를 받들며 야심찬 출발로 시민들의 호응을 얻어야 하건만, 일부 구·군의회는 4년 전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 그야말로 평행이론의 '확실한 모범사례'라 할 수 있겠다.
지난 2014년 7월 뜨겁던 여름, 10개 군·구기초의회는 새의회 출범과 함께 원구성에 속도를 냈다. 원만하게 합의를 이룬 곳도 있었지만, 의원·정당 간 다툼과 자질 논란을 빚는 의장 선출로 갈등을 빚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런 일은 고스란히 2018년 7월 여름에도 재탕되고 있다. 한 구의회는 여당 의원들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대거 차지하겠다고 나서 갈등을 빚었다. 또 다른 구의회는 이런 저런 문제를 안고 있는 의원을 의장직으로 선출하면서 도덕성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4년 전이나, 4년 후나 똑같은 모습이다.
새로운 의회가 출범했지만, 그 과정에서 협치와 소통은 없었다. 주민들을 위해 일하겠다며 한 표를 부탁하던 약속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저 먼 우주 '안드로메다'로 떠나버렸다. 앞으로 시작될 4년이 벌써부터 걱정되는 이유다.

평행이론에 비춰볼 때 앞으로 펼쳐질 4년은 이렇다. 외유성 해외시찰이 눈치를 보다 하나둘 시작되고, 의정비 인상도 곳곳에서 벌어질 터이다. 특히 기초의회마저 정당 간 이해 관계가 엇갈린다는 이유로 여러가지 갈등을 겪으면서 싸우거나 혹은 헐뜯거나 할 게 뻔하다. 이러다 큰 일이라도 터지면,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지 않겠는가. 부디 이번만은 평행이론이 적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과거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특·광역자치단체 군·구기초의회 폐지를 골자로 한 지방자치 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이런 발표를 놓고 당시 기초의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군·구기초의회는 곧 풀뿌리민주주의 실현이라며 군·구의원들의 대의정치라는 역할을 마다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풀뿌리민주주의는 무엇인가. 민주주의의 기초다. 주민들의 뜻 하나하나를 받아들여 대신 참여하는 게 그들의 역할이다. 하지만 제 역할을 망각하고, 개인이 우선되는 의회라면 머지않아 또 다시 폐지론이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군·구의회가 구성 의미를 제대로 담지 못한 채 개인의 명예를 위해 존재한다면 그야말로 예산낭비일 뿐이다.

점차 주민들의 눈높이는 높아지고 있다. 기초의회가 전문성도 확보하지 못한 채 주민들과 소통하지 않으면 큰 반발을 살 수밖에 없다. 평행이론에 따라 4년 뒤 또 다시 주민들을 위해 일하겠다며 선거에 뛰어들지 모르지만 말이다. 기초의회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 절실하다. 매번 게으름과 거짓말, 개인 영예에 속을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지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얼마 전 아들 친구 엄마들과 가진 저녁 자리에서 한 엄마가 던진 말이 떠오른다. "누가 말도 안 되는 개인 정치를 하라고 했어. 일을 하라고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