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선 경기본사사회부 차장

옛 선조들은 20세가 돼 관례(冠禮)를 한 성인에게 술을 권했지만, 미성년자에게는 절대로 술을 먹지 못하게 했다. 자제력이 있는 사람이나 체력이 강건한 사람만이 술을 먹을 자격이 있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체력이 나약한 미성년과 지각이 흐린 정신박약자에게 술을 주는 것은 아주 부도덕한 행위로 규정해 사회적 규탄을 받아야 했다. 이러한 음주 전통이 술을 고귀한 음식으로 승격시킨 것이다.


그러던 우리의 음주 문화가 격변기를 거치면서 엄한 어른이 없는 사회로 변하고, 예를 무시한 채 오직 술에 관대한 문화가 자리잡게 됐다. 그렇다 보니 지나친 음주로 인해 걸핏하면 가정 폭력이 발생하고 청소년 탈선도 늘고 있다. 재판에서도 형법 제10조 2항에 따라 심신장애에 따른 주취감형이 적용된다. 법조계에선 책임주의 원칙을 포기해서 안 된다고 하지만, 국민의 법 감정에 어긋나는 주취자에 대한 온정주의적 판결은 지양해야 한다.

최근 취재를 통해 경기도와 도내 기초지방자치단체 10곳이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 조성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지만 법적효력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상위법인 국민건강증진법 및 도시공원법에 금주구역을 지정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음주에 대한 단속 기준과 근거가 담겨 있지 않아 법적 효력이 없다 보니 단속은 물론 명확한 조례 기준을 정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법적인 문제도 있지만, 음주에 대한 인식 문제도 여전했다.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도내 대다수 보건소에서 금주보다는 금연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단적인 통계로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주요 건강위험요인의 사회·경제적 영향과 규제정책 효과평가' 보고서를 보면 2013년 기준 음주, 흡연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산출한 결과 흡연으로 인한 비용은 7조1258억원, 음주는 9조4524억원에 달했다. 반면 음주 폐해를 예방하기 위한 예산은 15억원에 불과했다.


환경부는 지난 3월13일부터 국립·도립·군립공원 등 자연공원 내 지정된 장소에서 음주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연공원법 개정안 시행에 들어갔다.


자연자원 보호와 등산객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로, 앞으로 자연공원 내 지정된 장소에서 음주행위를 하는 등산객은 9월 12일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1차 위반 시 5만원, 2차 및 3차 이상 위반 시 각각 10만원의 과태료를 문다. 이런 것까지 단속하고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건전한 산행문화를 즐기는 다른 많은 사람들도 생각해야 한다.


이제는 관대한 음주문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하며, 국회에 계류 중인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 법률안'도 통과돼 적어도 많은 사람이 찾는 공공장소에서는 법으로 정해 음주를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