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인천 에코뮤지엄을 꿈꾸며
[문화산책] 인천 에코뮤지엄을 꿈꾸며
  • 김진국
  • 승인 2018.0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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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수 인천도시역사관장


에코뮤지엄(Ecomuseum)은 생태·주거환경을 뜻하는 '에코(eco)'에 박물관이란 뜻의 '뮤지엄(Museum)'을 결합한 단어이다. 일정 지역에 남아 있는 자연환경, 건축유산, 생활양식 등 지역 고유의 문화자산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이를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새로운 개념의 박물관을 말한다. 사람들에게 박물관은 웅장한 건물, 뛰거나 떠들면 안 될 것 같은 엄숙한 분위기, 그리고 진열장 안에 박제처럼 놓여 있는 유물 등으로 인식된다. 유물 보존과 전시라는 박물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숙연한 박물관의 분위기는 외려 사람들이 박물관을 어려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에 비해 에코뮤지엄은 지역의 문화자산과 생태환경을 관람객에게 알리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 지역 주민들의 생생한 삶의 모습을 직접 느낄 수 있다.


프랑스의 박물관학자 리비에르에 의해 개념이 정립된 에코뮤지엄은 1970년대 바린의 주도 하에 프랑스 각 지역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바린은 도시화에 따른 개발로 파괴 위험에 처한 유적들을 원래 자리에 그대로 보존하자는 운동을 벌여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끌어냈다. 여기에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력과 전문가 집단의 도움으로 주민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해 가면서 박물관 관리의 주체가 되었다. 새로운 형태의 박물관 출현에 관광객이 모여들었고, 이는 지역민의 소득과 직결되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에코뮤지엄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급기야 우리나라에도 전파되어 2014년 창원시의 진해 원도심 에코뮤지엄과 임실군의 섬진강 에코뮤지엄이 만들어졌다. 경기도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화성, 안산, 시흥시 일원의 경기만에 산재한 역사, 해양생태, 문화자원을 '경기만 에코뮤지엄'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하고, 여기에 미술, 음악, 연극 등 예술을 접목시켜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인천은 다른 도시에 비해 자연환경과 문화자산을 골고루, 그리고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지붕 없는 박물관의 원조 격인 강화도와 인천 앞바다에 떠 있는 160여개의 섬, 근대 산업도시의 흔적을 담고 있는 원도심 등 생태, 민속, 역사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지금껏 이들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식은 대개 관광에 초점을 둔 것이었다. 하지만 관광이 주인 활용 방식은 오히려 콘텐츠 자체를 파괴해 가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연환경이 뛰어난 곳은 관광객을 위한 숙박·편의시설로 채워지고 있으며, 개항장 주변의 역사유적은 관광객의 주차난을 해소한다는 미명 아래 철거되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덧칠로 망가지고 있다. 삶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원도심 지역은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파괴되어 가고 있는 것이 인천의 현실이다. 그 뿐이랴. 이미 시작된 '젠트리피케이션'은 원주민들을 삶의 터전에서 몰아내고 있다.

수익 창출을 위한 관광과 원형 보존 사이의 균형을 지향하는 에코뮤지엄이야말로 인천의 생태·문화적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아닐까? 에코뮤지엄은 인위적 시설 추가를 최대한 자제한다. 콘텐츠가 가진 장점을 있는 그대로 관람객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파괴와 덧칠도 없다. 아울러 주민들이 직접 관리와 운영에 참여하고 있어 젠트리피케이션의 염려도 없다. 올해로 3년째에 접어든 경기만 에코뮤지엄은 생태자원과 문화자원 조사의 1단계 사업을 마치고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모양새다.

관광지로만 알려져 있던 제부도에서 지난 5월부터 3개월 동안 '소확행 콘서트'가 이어지고 있으며, 섬 안 아트파크 전시장에는 미술 작가들이 참여하는 기획전시와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고 한다. 펜션과 횟집만 즐비하던 제부도에 문화가 덧입혀지고 있으니 이웃 동네의 변신이 부럽기만 하다.
그러던 차에 뜻 있는 시민들이 모여 '인천 에코뮤지엄 플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월미도에서 시작하여 인천항과 인천역을 거쳐 만석·화수동 일대 근대 산업유산과 송현동 수문통에 이르기까지 다섯 개 거점을 중심으로 생태와 역사, 민속을 아우르는 에코뮤지엄 제안서를 만드는 작업이다. 시민들이 분야별 전문가와 함께 강좌와 현장답사, 연구 워크숍을 통해 각 거점 지역에 적합한 에코뮤지엄 모델을 마련하고 지자체에 정책 제안을 함은 물론 지역 사회에 공유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이 사업에 20여명의 시민이 참여하고 있으며, 12월쯤이면 사업이 완료되어 보고서를 발간한다고 하니 어떤 내용이 담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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