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사회에 살면서 불감증(不感症)에 걸려 있으면서도 치유할 생각을 안 한다. 불감증은 병이며 사회악이기 때문에 하루속히 고쳐야 한다. 이를 치유치 않으면 큰 화를 불러온다.
 지금까지의 사회 전반적인 불감증을 보면 사소한 것을 챙기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 것이 화근이 되어 큰 재난을 몰고 온 것이다.
 95년 삼풍백화점의 붕괴로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은 건물주가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여 불법으로 건물을 개조코자 옥상에 짐을 실어 놓은 것이 무거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삽시간에 건물이 붕괴되는 바람에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참사였다.
 몇 해전 화성군의 `씨랜드"" 화재 사고로 수많은 어린 생명을 앗아간 사건은 어떠했는가? 어린이 숙소에 모기향을 피워놓고 어린이들이 고이 잠든 사이 불침번이 자기 책무를 망각한 채 방을 비우고 인솔자들끼리 모여 파티를 벌인 것이 화근이었다.
 사람을 재우고 생활해야할 주요 시설에 비상구 하나 없는 철제 콘테이너 박스를 연결해 숙소를 만들고 진입로가 없어 소방차의 접근이 어려운 곳에 허가를 해준 관청이나 정기적으로 안전 점검을 한 관청은 청맹과니였나? 모두가 설마 하는 불감증 환자들이었을 것이다.
 또 지난 5월28일 서울의 한 미술관 전시실에서 소화(消火)용 가스가 누출되어 유아, 유치원생, 관람객, 미술관 직원 등 50여명이 질식하여 바닥에 쓰러져 피를 토하고 거품을 무는 등의 사고였다.
 스프링 쿨러에서는 물이 나와야 하는데 유사시 작품의 손상을 막기 위해 물대신 이산화탄소가 나오도록 설계돼 있다고 밝혔지만 경찰에서는 인체에 유해한 `할론 가스""가 섞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목격자 말에 의하면 한 어린이가 전시실 입구 1.2m높이에 설치한 소화 가스 스위치를 누르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왜 스위치가 어린이 손에 닿을만한 곳에 설치 됐으며 이산화탄소가 주입됐어야 할 곳에 유독 가스가 왜 주입 됐나?
 안전 불감증에서 청소년 문제로 눈을 돌려보겠다. 이곳에도 부모들의 불감증이 만성화 됐다. 지금 우리 나라 청소년 문제중 가장 심각한 것이 가출 청소년 문제이다. 청소년들의 범죄와 원조교체(윤락)가 대부분 가출에서 시작된다.
 전문 단체의 오래된 통계이지만 인용한다면 해마다 12만 명이 가출을 하고 이 가운데 7만 명이 자퇴나 퇴학으로 학교에서 밀려난다. 이들 대부분이 유해 환경에 빠져 범법을 하거나 윤락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책임이 가정, 학교, 사회가 서로의 책임이라고 떠넘기고 있지만 엄격히 따져 1차적인 책임은 가정에 있다고 본다.
 그동안 이들에 대한 당국의 대책도 미온적이었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될 때까지 수수방관하다 범죄가 발생하면 그제야 범인을 잡느라 법석을 떨곤 했다. 근자 정부가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교육 시설을 세웠다지만 수용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문제는 가출을 막는 일인데 그러기 위해선 유해 경로의 차단은 물론 가정에서의 세심한 관심과 따뜻한 애정과 화합, 대화, 인격의 존중 등 복합적인 처방으로 치유를 해 가출을 막아야 할 것이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자동차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리 나라 운전자는 운전대에만 오르면 마음이 급해지고 욕설과 큰 목소리로 일관한다. 그래서 어떤 성직자 한분은 자가운전을 포기하였다는 얘기를 들었다.
 최근 도로교통 안전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차량이 뜸한 새벽녘 고속 도로에서 제한 속도를 지키는 차량은 단 한 대도 없다는 것이다. 대낮의 제한 속도 역시 10%밖에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분야에도 준법 불감증이 도사리고 있다.
 법은 지키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다. 단속하는 이가 있으면 지키고 없으면 안 지키는 편법은 질서를 문란케 할뿐이다. 이대로 삶의 질이 퇴보한다면 선진국 대열에 못 서게된다. 이렇게 하고도 올림픽을 치른 나라와 OECD 가입국 국민이라 자랑하겠는가? 우리의 살림이 등 뜨시고 배부르니까 잘사는 것처럼 느낄 지 모르지만 의식의 전환 없이는 따라잡기 힘들다.
 눈만 뜨면 다반사로 발생하는 불감증 사고, 이제는 나마저 불감증에 걸렸는지 대형 사고의 뉴스를 접해도 실감이 안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