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수 경기본사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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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온통 파란물결로 뒤덮였다. 아니 국민들의 촛불 심판에 벼랑 끝에 서 있던 자유한국당이 벼랑 아래로 떨어졌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6.13 지방선거 결과 경기지역은 도지사는 물론 지자체장 31석중 29석, 경기도의회 142석중 135석, 31개 시·군 기초의회 447석 중 289석을 장악했다.
이번 지방선거는 일찌감치 민주당 압승을 예고했다. 국민들은 지난해 5월 촛불 이후 이미 작정하는 듯했다. 대통령 한 명 잘 뽑는 것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을 한 듯하다. 올 1월부터 실시한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민주당은 압승을 예고했다. 국회의원들의 '입맛 공천'은 횡행했고, 후보자의 자격검증 논란으로 시끄러워도 유권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에게 '싹쓸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너무 큰 선물을 안긴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다.

민주당은 공천 과정에서 심한 내홍을 앓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대승을 거뒀고, 공천과정에 후보자 자격논란을 빚은 일부 민주당 당선인들은 "정의가 이겼다"고 외쳤다. '승리'가 '정의'라는 이상한 논리는 선거후 민주당을 걱정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 당일 방송3사의 출구조사와 함께 벌인 심층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80.2%로 확인됐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에서 응답자 중 33.3%가 '매우 잘하고 있다', 46.9%가 '대체로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방송3사는 이날 심층조사에서 유권자들에게 '국정운영을 더 잘하도록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와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라는 두 입장 중 어느 쪽에 더 공감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4.2%가 정부 여당에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택했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들이 민주당 후보를 선택해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준 선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두렵다"는 말로 당선자들의 축배에 제동을 걸었다. 문 대통령은 선거 승리에 송로버섯을 안주로 삼아 축배를 들었던 과거 정부와 달리 민주당의 오만을 경계했다.

다음 달 2일이면 민선 7기가 출범한다. 남북 평화시대에 출범하는 경기도 민선 7기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모든 도민의 기대는 평화롭게 잘 살게 해달라는 것이다. 도민들이 정치적으로 무엇을 바라겠는가. 도민들은 그저 소박한 꿈을 꾸고 있다. 자식들 잘 성장하고, 부모님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가장들 일한 만큼 봉급을 받아 가족을 잘 보살피는 게 소망이다. 민선7기 당선인들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이것을 변화라고도 한다. 시민의 삶이 변하게 하는 것이 개혁이다. 지난 16년 만에 보수당에서 민주당을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다. 차별 없는 복지, 경기도의 자존감 확보, 전국 제1 경제 지자체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일자리 문제, 주거환경, 교통문제, 상수도보호구역 이중규제, 경기남북부 균형발전 등 담론은 거대해도 시민의 삶을 좀 바꿔달라는 요구다.

이제 당선인들은 시험대에 오른다. 특히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은 더욱 무거운 짐을 안고 출항을 준비해야 한다. 단순히 사람만 바뀌면 안 된다. 앞으로 4년 시험대를 통해 지자체장들의 민낯이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시민들은 그 민낯을 기억할 것이다.

당선인들에게 당부한다. 첫째, 민주주의 가치를 소중히 여겨 달라. 도정과 시정에 민주주의 시스템을 도입해 시민사회 중심의 지방자지체가 될 수 있도록 해 달라. 둘째, 견제를 불편하게 여기지 말아 달라. 셋째, 교만을 멀리 하라. 넷째, 자신의 치적에 몰두하지 말아 달라. 마지막으로 항상 공정하게 지방정부를 이끌어 달라. 꼭 지켜주길 바란다. 또 하나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끊임없이 견제하고, 참여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민주당이 과거 정치권이 걸었던 길로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들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속성을 믿지 못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