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논설위원
보훈(報勳) 하면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의 공을 기리는 것으로 통용돼 왔다. 사전적 의미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국가의 존립과 주권 수호를 위해서 신체적, 정신적 희생을 당하거나 뚜렷한 공훈을 세운 사람 또는 그 유족에 대하여 국가가 적절히 보상'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럴 경우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는 물론이고 보훈의 범위를 더 폭넓게 확장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우리나라가 단군 이래 반만년간 당당한 국가를 유지할 수 있도록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스러져간 모든 분이 대상으로 떠오를 수 있는 것이다.

신미양요(1871) 때 미국과의 격전지였던 광성보엔 무명용사들의 무덤인 '신미순의총'(辛未殉義塚)이 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51인 전사자들의 무덤이다. 시집온지 얼마 안 되는 앳된 아내, 병든 부모와 어린 자식을 두고 이름 석자 남기지 못한 채 그들은 장렬히 산화했다. 무명의 순국선열이 워낙 많다 보니 전등사에선 매년 잘 알려지지 않은 의병을 발굴해 그 분들의 공을 기리고 있다. 3.1운동, 4·3항쟁, 5·18민주항쟁, 6·10항쟁 때도 이름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애국의 물결이 나라의 물줄기를 바로 잡았다. 분명한 건 그들 모두는 '애국자'였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버팀목이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16년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가한 사람들도 애국자였다. 엄동설한에 촛불을 들고 겨울바람이 쌩쌩 부는 대로를 걸을 수 있는 동력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보수진영에서 태극기를 들고 맞불집회를 한 것 역시 나라를 살리자고 한 일이지 나라를 망하게 하자고 한 행동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상과 방식만 조금 다를 뿐, 사실 따지고 보면 진보와 보수가 바라보는 곳은 '나라 사랑'이란 같은 지점이다. 나라사랑에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는 이유다.

본보가 창간과 함께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시행해온 '인천보훈대상' 시상식을 오는 28일 오후 2시 인천시청 대회의실에서 개최한다. 올해로 꼭 30주년을 맞는다. 본보는 '인천보훈대상'의 대상이 한국전쟁유공자나 순국선열을 물론이고, 군인·경찰·소방 공무원 등 국민들을 위해 적극 봉사하는 모든 사람으로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천보훈대상이 바라보는 지점은 '나라사랑'이고 '사회대통합'이란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