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운 인천대 교수, 녹색환경지원센터연합회 회장
올해 초 재활용 폐기물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에서 재활용쓰레기 수입을 금지하자 발생된 어려움이었다. 사실 재활용 쓰레기 문제는 예고된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2017년 4월 재활용쓰레기 수입 금지를 결정했고, 2017년 7월 '외국 쓰레기 반입금지와 고형 폐기물 수입관리 개혁 실시 방안'을 발표한 후 이를 세계무역기구(WHO)에 통보한 바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정부 합동 대책반을 가동해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현재 34.4%에 이르는 재활용 비율을 70%까지 늘리겠다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에서 제조와 생산, 유통과 소비, 분리와 배출, 수거와 선별 및 재활용에 전반적 문제점이 있다는 분석 아래 추진목표와 단계별 대책을 제시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종합대책이 시민들과 산업계의 능동적인 참여 아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사실 재활용 폐기물 문제를 정부 정책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이를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시민들과 산업계의 협조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1980년대 중반, 미국 유학초기에 경험한 조그마한 사건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 그 당시는 자료를 복사하기 위해서 'kinko'라고 하는 복사점을 찾아가야 했다. 하루는 수업을 마치고, 복사점을 찾아갔는데 학생들과 일반인들로 매우 붐비고 있었다. 복사기가 여러 대 있었지만 몇 개는 거의 비어 있었고, 나머지 복사기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나는 긴 줄을 피해 비어 있는 복사기를 찾았다. 복사용지는 '새로운 종이'이며 1장에 5센트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복사를 마쳤다. 그리고는 긴 줄의 복사기를 쳐다보고는 내 눈을 의심했다. 그 곳의 복사용지는 '재생용지'라 쓰여 있었고, 가격 또한 5센트로 같았다. 마침 긴 줄에 서 있는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이 있어 복사 가격이 같으니 비어 있는 복사기를 이용하라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은 충격이었다. 자기도 가격이 같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업자료를 복사하는데 꼭 새로운 종이를 써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조금 더 기다려서 재생용지를 쓰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재활용이 활성화되고, 자원 낭비도 적다고 했다. 마치 망치로 한 방 맞은 것 같았다. 재활용에 대해 민감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보다는 교육, 실천, 시민의식 등이 어떻게 형성되고 자리를 잡아가기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궁금했다. 점차 생활해가면서 그러한 정신과 철학이 선진국을 이루는 원동력이며, 외부로는 무질서하게 보여도 내부적으로는 건강한 사회, 미래지향적인 사회로 성장해 나가는 힘으로 작용하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제 재활용 폐기물 문제를 이 상태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 함께 나서야 한다.

첫째, 재활용 폐기물을 우리의 자원으로 인식하는 일이요, 이러한 사회가 바로 우리가 지향하는 순환사회라는 것을 알고 모든 국민들이 공감하는 일이다. 둘째, 어려서부터의 교육을 강화하는 일이다. 지금의 환경교육은 너무 이론적이며, 생활환경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너무 생태 보전 측면만 강조하는 면이 있다.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의 환경 교육을 전반적으로 검토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 후 쉽게 그리고 흥미 있게 참여하도록 만들어 나가야 한다. 셋째, 시민들의 건전한 참여다. 이번 대란을 거치면서 시민들은 본인들이 노력해서 배출한 재활용품이 제대로 재활용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많은 불만을 토로했다. 정확한 정보를 시민들이 공유하도록 해야 하며, 재활용 폐기물을 배출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 이를 활용해 만든 제품의 사용주체가 돼야 한다. 넷째, 정부의 일관되고 체계적인 정책이다. 미리 선제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적용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현장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일본의 재활용 폐기물 성공사례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봐야 한다. 아울러 시민들 및 산업계와 끊임없는 대화를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위에 제시된 방안이 조화되고, 반드시 연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재활용품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꾸준한 기술개발과 '카본머니' 시스템과 같은 지속가능한 신규 아이디어를 발굴·적용하려는 노력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