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두 인천연구원 기후환경연구센터장

극지 빙산은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잣대로 활용되어 왔기 때문에, 남극의 대규모 빙붕에서 분리된 새로운 빙산들의 소식이 우리에게 주는 시그널은 남다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최근 위성사진은 2000년 3월 남극대륙의 로스 빙붕(Ross ice Shelf)에서 떨어져 나와 로스해 남부를 떠돌던, 한반도 면적(22만8000㎢)의 2.3배에 달하는 52만7000㎢의 세계 최대 빙산이 18년 만에 모두 녹아버렸음을 확인했다.


전 세계에서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들이 원형순환해류와 바람의 영향으로 형성된 '태평양 쓰레기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GPGP)'은 1950년대부터 10년마다 10배씩 증가하여 현재는 한반도 면적의 7배나 되는 160만㎢에 달한다고 한다.


이곳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약 1조8천억 개에 이르고 그 무게만 8만t이나 된다는 지난 3월의 Ocean Cleanup 조사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다. 더욱이 GPGP가 북태평양 해상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북대서양과 인도양, 남태평양, 남대서양 환류가 흐르는 곳에도 4개 이상 존재하고 있다니…


최근 발간된 'OECD 정책브리핑' 보고서에 따르면, 1950년 200만t에 불과했던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65년이 지난 2015년 4억700t으로 200배 이상 늘어났다. 이런 추세라면 2050년엔 26억t까지 증가할 것으로 OECD 한국대표부는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재활용 목적으로 수거되는 폐플라스틱은 20% 미만에 그쳤단다. 이러한 추세는 우리의 경제발전이나 소득증가의 속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경제성장의 속도에 비해 더 빠르게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및 오염물질 배출이 성큼성큼 늘어나고 있다. 사라져가는 빙산이나 확대일로의 쓰레기섬 모두 우리의 행복을 스스로 위협하는 삶의 방식에 대한 각성과 대책을 시급히 요구하고 있다.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는 늘고 폐기물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6년 통계청이 밝힌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라, 폐자원을 활용한 자원화 사업 분야의 국제적 사업전망이 밝다며,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역설하는 주장이 여전하고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창출이 중요하다는 제언도 제기된다. 하지만 플라스틱 소비로 대변되는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소수의 의견인 듯 싶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NTNU) 대니얼 모런 박사팀의 최근 '1300개 도시의 탄소발자국'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인구 2,125만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최소 2억2430만t에서 최대 3억2790만t으로 세계 1300개 도시권역 중 가장 많았다.


이어 인구 1450만의 중국 광저우가 2억7,200만±4,620만톤으로 2위, 인구 852만의 미국 뉴욕이 2억3,350만±7,540만톤으로 3위를 차지했으며, 홍콩과 로스앤젤레스, 상하이, 싱가포르 등이 뒤를 이었다.
 

인천은 조사되지 않았나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서울과 인천, 그리고 경기도의 도시들을 모두 하나의 도시권역으로 파악한 것이다. 공간적으로 고밀도의 도시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는 수도권을 하나의 공간단위로 집계했지만, 서울이라고 발표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조사결과에서 필자가 주목한 내용은, 도시에 사는 인류의 54%가 전 세계 에너지 사용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인구비중으로 11%를 차지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00개 도시가 세계 CO₂ 배출량의 18%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니얼 모런 박사는 "탄소발자국이 풍요로운 도시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은, 탄소 배출이 집중된 일부 대도시의 지방정부와 시장 등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일치된 행동에 나선다면 국가 전체의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흥미로운 결론을 내놓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해양쓰레기연구소 이종명 박사는 해양쓰레기 문제의 원인으로 폐기물 정책이나 처리기술의 한계보다 현대사회의 소비주의적 생활방식을 지적한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에, 민선 7기야말로 수도권 지자체들이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폐플라스틱 등 다채로운 환경문제에 대한 각성과 협력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