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얼굴을 알리기 위해 설치된 선거 벽보가 엉뚱한 곳에 있어 주민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서구 가정지구에 있는 두 아파트 사이를 가르는 3차선 도로. 이곳엔 선거 벽보가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펜스에 붙어있다.

문제는 벽보가 인도 쪽이 아닌, 차도를 향해 붙어있다는 점이다. 이에 운전자만 볼 수 있거나, 주민들이 반대편 인도에서 봐야 하는 불편이 있다.

아파트 관리인 김모(64·남)씨는 "투표를 하려면 선거 벽보를 보고 정보를 얻어야 하는데, 벽보 위치가 이상하다"며 "차도 쪽에 설치해 주민들이 제대로 볼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아파트 주민 이모(39·여)씨도 "운전자들이 볼 수 있도록 차도 방향에 설치 한 건진 모르겠지만, 과연 운전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며 "심지어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에서 보이는 위치다"고 지적했다.

10일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따르면 선거 벽보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동·읍·면에 각각 500·250·100명당 1매씩 붙어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 벽보는 3000여곳이 붙은 지난 대선과 달리 절반가량 줄어 효과적인 위치 선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몇몇 벽보가 주민을 고려하지 않은 곳에 있어 주민들이 벽보 확인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민들이 차도에 있는 벽보가 위험하다는 불만을 표하자 가정동 주민센터는 황급히 벽보를 아파트 내 경로당 벽면으로 옮겼다.

가정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벽보를 차도에 설치하면 지나가는 주민들이 더 많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차도에 있는 벽보가 불편하다는 얘기가 있어 벽보 위치를 바꿨다"고 말했다.
서구뿐 아니라, 계양구에서도 벽보 위치가 적절하지 않아 조정한 사례가 있다.

계양2동 행정복지센터 1~2층 사이와 계산4동에 있는 한 아파트 담장 윗부분에 붙은 벽보가 키가 작은 주민들이 보기엔 높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계양구 선관위 관계자는 "복지센터에 설치된 벽보가 약 2m 높이에 있어 주민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1층 높이로 내렸고, 아파트 역시 키 작은 주민들이 까치발을 들고 봐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눈에 들어오는 위치로 조정했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두고 벽보 위치 관련 문제가 나오고 있지만 시 선관위는 벽보 관련 민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시 선관위 관계자는 "벽보에 대한 민원은 구나 동·읍·면 단위로 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정보가 없다"며 "벽보 관련 불편 사항을 파악해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곳에 설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임태환 수습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