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호 정경부 부국장
"우리 조선은 석가가 들어오면 조선의 석가가 되지 않고 석가의 조선이 되며, 공자가 들어오면 조선의 공자가 되지 않고 공자의 조선이 되며, 주의가 들어와도 조선의 주의가 되지 않고 주의의 조선이 되려 한다. 아! (중략) 나는 조선의 도덕과 조선의 주의를 위하여 곡하려 한다."
신채호(申采浩 1880~1936) 선생은 1925년 초에 이 글을 통해 아(我)를 찾고, 민족을 일깨우려 했다. 그는 한 해 전인 1924년에 집필한 <조선상고사>에서 민족을 역사의 주체로 삼는 '주체성의 문제'를 사관의 기본전제로 삼았다.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 시간부터 발전하며, 공간부터 확대하는 심적 활동 상태의 기록'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무엇을 '아'라 하고 무엇을 '비아'라 하는가? 깊이 파고들 것 없이 쉽게 말하면, 주관적 입장에 선 쪽이 '아'이고 그 이외는 '비아'다.

예컨대 조선 사람은 조선을 '아'라고 하고 영국·러시아·프랑스·미국 등을 '비아'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비아'를 정복하여 '아'를 드높이면 투쟁의 승자로서 미래 역사의 주도권을 잡게 된다. 반면에 '아'가 파멸되어 '아'가 '비아'에게 바쳐지면 투쟁의 패자로서 역사의 흔적 정도로 그치고 만다"고 했다.
대한제국 시절 비아(非我)인 각국의 정부는 잇달아 조약을 체결하며, 대한제국을 말살했다. 일본제국주의 정부는 먼저 1905년 7월27일 미국과 태프트·가쓰라밀약을 체결해 대한제국의 외교권 박탈에 대해 사전 묵인을 받았다. 8월 12일에는 영국과 제2차영일동맹을 체결해 양해를 받았다. 이어 러일전쟁을 승리한 뒤 9월5일 미국에서 맺은 러시아와의 포츠머스 조약에서 '대한제국의 동의만 받으면, 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보장을 받았다. 마침내 일제는 1905년 11월 17일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해 간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신채호의 '아(我)'는 소승적인 '아(我)'가 아닌, 대승적인 '아(我)'이다. 그러므로 신채호의 '아'는 실제로는 '우리'다. 이 대승적인 '아'는 단순히 국가나 민족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아'는 작은 '아'에서 더 큰 '아'로 확장될 수 있다. 일개인에서부터 시작해서 민족과 인류의 범위로 확장될 수 있는 '아'인 것이다. 또 그는 "아 속에 아와 비아가 있으면, 비아 속에도 아와 비아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그가 '아'의 상대성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그는 '아의 아'와 '비아의 아'의 공존 가능성을 인정했던 것이다.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이 하루 남았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명확한 비핵화 수순 제시'와 동시에 '미국의 북한에 대한 명확한 체제보장 수순 제시' 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장차 동북아시아 전역에 비군사평화벨트까지 설치되길 기대한다.
북한과 미국은 한국인의 관점에선 양측 모두 '아(我)'와 '비아(非我)'의 요소를 동시에 갖고 있다.
이삼성 한림대 교수는 지난 4월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란 책을 펴냈다. 이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북한은 북미회담에서 중국이라는 강력한 군사동맹을 배후에 두고 협상한다는 점에서 과거 이란 등과는 다르다. 비핵화를 내포한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북한은 핵무기 완전 폐기가 아닌 모종의 중간 단계에서 의미 있는 수준의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비핵화 조치는 진실하게 이행될 경우 일단 진행하고 나면 불가역적이다. 그렇지만 외교 관계 정상화나 경제 제재는 가역적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불가역적인 사항을 가역적인 것과 맞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관계는 불평등하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인정하는 핵무기 보유국은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등 5개국이다. 강대국은 핵무기 보유가 가능하다는 논리 속에 이번 협상도 진행중이다.
이 교수는 동아시아에서 중국-미국간 군사 대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동북아비핵무기지대의 창설, 그리고 제주도, 오키나와, 대만 등 잠재적 대결지역을 비군사화하는 '평화벨트 구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