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간 대우자동차 분리매각론이 언론에 발표되고 있다. 그 요지는 신차종을 생산하고 새로운 시설이 있는 군산, 창원공장, 대우자동차 판매주식회사 등 핵심 공장들만 GM에 매각하고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은 별도 독립법인으로 하여 매각에서 제외시킨다는 것이다. 그동안 인천시민들이 우려했던 시나리오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대우자동차는 군산, 창원공장이 그나마 경쟁력있는 레저차량 레조와 경차 마티스를 생산하고 있어 수익이 기대되는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평공장과 군산, 창원공장을 분리 매각한다는 것은 알짜공장만 찢어 파는 것으로 부평공장은 하청생산기지로 운영되다가 GM의 선택에 따라 공장폐쇄의 길을 걸을 것이 명약관화하다.
 대우자동차의 해외 매각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운 중요한 논거중 하나는 대우자동차가 선진업체와의 합작을 통하여 생산 및 경영 기술을 습득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보다 한차원 높은 방향으로 회사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만약 부평공장이 분리된 채 매각된다면 대우자동차는 한차원 높은 방향으로 회사 발전이 되기는 커녕 기존의 독자적인 연구개발 기능도 포기한 채 GM의 하청기지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대우자동차는 부평공장에서 종합적인 연구와 개발을 맡아 왔는 바 대우자동차에서 부평공장을 분리한다는 것은 사람의 몸으로 따지면 머리를 떼내는 것이나 같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사정들이 예상된다면 굳이 부평공장을 제외한 채 대우자동차의 분리매각을 서두를 필요도 없고 GM에 매수를 애걸할 필요도 없다.
 혹자는 현 상황이 알짜공장이라도 팔아야 할 정도로 절박하고 구매자가 원하지 않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이 무엇인가. 군산, 창원공장을 팔아서 기껏 회수하는 대금이 얼마나 될 것인가. 지난해 대우자동차 인수의향서에서 GM이 대우자동차 인수대금으로 제안한 것이 4, 5조원대였다. 이후 GM이 단독 협상대상자가 되면서 제시한 금액이 불과 3천억원에서부터 1~2조원대까지라는 것이 그동안 나온 얘기였다. 그렇다면 군산, 창원공장 인수대금은 많아야 1~2조원 대라는 얘기다. 대우자동차의 부채 22조여원중 인수대금을 제외한 20조여원 가까운 금액은 채권단의 부담으로 또한 공적자금을 쏟아부으면서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다.
 IMF 외환위기가 닥쳐온후 초기에는 부실기업의 해외매각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는 주장이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었다. 그러나 그동안 이뤄진 해외매각중 상당수는 졸속으로 처리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적자금을 5조5천억원이나 쏟아 부은 후 겨우 5천억원을 받고 해외 매각된 제일은행의 경우가 단적인 예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해외매각이라는 명제에만 <&08538>겨 또다시 손해를 보는 거래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대우자동차 살리기에 청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대우자동차는 종업원이 6천8백여명이나 정리됐으며 금년 상반기에는 영업수지가 흑자기조로 돌아섰다. 이는 대우자동차가 그동안 충분히 제살깎기를 했고 혹독한 구조조정이 이루어 졌음을 의미하며 조금만 더 착실히 운영하면 회사가 회생할 수도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제는 많아야 한달에 1천억원씩 지원하면 대우자동차는 살아날 수도 있다는 희망의 불씨가 보인다.
 만약 GM이 대우자동차의 분리 매각을 끝까지 고집한다면 정부와 채권단은 해외 매각에만 매달리지 말고 대우자동차 처리 방법을 원점에서 다시 재고해야 한다. 특히 대우자동차의 회생에 지역경제의 사활이 걸려있는 인천은 민관이 합심하여 분리매각 저지운동을 벌여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