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춘 경기본사 정경부 기자
경기도민이 정책결정 수혜자에 머물지 않고 생산적 참여자로 변모하고 있지만, 정작 중앙 정치권은 이런 시민참여 민심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은 '국민주권'과 '공정'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나라를 건설하자는 근본적인 가치와 철학을 담은 '촛불항쟁' 이후 '능동적 참여'만이 기존 정치의 잘못된 관행이나 악습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촛불항쟁'을 통해 대통령을 교체했고, 이번 첫 지방선거에서도 그동안 구호에만 머물렀던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참여를 늘리고 있다. 이러한 '바닥민심'은 지역 정치권의 인식을 바꿨다.
이번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후보들이 시민들에게 공약 제안을 받거나 정책 결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수원시장 후보는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시민 공약 제안을 공모했고 같은 당 이재준 고양시장 후보는 고양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공약에 반영하기 위한 '백지공약'을 발표했다. 백군기 용인시장 후보는 '공약이행 시민검증단' 모집을, 한대희 군포시장 후보는 시민참여정치·민주적 소통·현장중심 열린 시정을 통한 '시민소통형 공감도시 조성'을 위해 '군포발전 100인 원탁회의'를 구성을, 박승원 광명시장 후보는 시민참여도시 구축을 약속했다. 그외 여러 시장 후보들도 저마다의 방식과 방향성을 통해 시민 참여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이와 달리 중앙 정치권은 이를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실질적인 주민참여를 원하는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각 정당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6·13 지방선거 10대 공약을 보면 시민참여 공약은 거의 배제돼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6번째 공약인 '청정분권과 균형발전'의 한 부분에서만 관련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지방분권보다는 균형발전 쪽으로 기울었다. 한국당에는 10대 공약 안에 아예 시민참여 관련 공약이 빠졌다. 바른미래당도 별다른 비중을 두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자치분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또 국회마저 남북관계에 대한 이해득실, 드루킹 논란 등 '선거'를 위한 목소리만 나온다. '지방'과 '시민'을 위한 목소리는 없다. 오죽했으면 시민들은 이번 지방선거에 '지방'은 없고 '탄수화물'만 있다고 비꼬고 있겠는가.
중앙 정치권이 시민의 의식 변화와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정치권이 시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만 하고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는 것인지, 중앙 정치권 스스로 되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