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천황을 위해 충성을 다하다 죽은 자를 기리기 위한 야스쿠니신사에 전쟁 희생자들이 함께 있는 것은 모순이지요.”
 `태평양 전쟁 피해자보상 추진위원회"" 이사 김행진씨(78·인천시 중구 항동)는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국내외 반발을 무릅쓰고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면서도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야스쿠니신사 위패 반환을 외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지난 42년 18세의 나이로 강제 징집돼 태평양 전쟁 최고 격전지인 뉴기니아전 참전 등 천신만고 끝에 살아 남은 김씨는 지난 6월29일 재한군인군속보상청구소송 원고자격 6명의 대표 중 한명으로 일본 동경 지방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
 태평양전쟁 한국인회 유족회와 공동으로 일본측에 첫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한 이들 단체는 1차로 태평양 전쟁 생존자 및 유족으로 252명의 원고단을 구성, 야스쿠니신사의 한국인 위패 반환 및 유골환수 소송을 제기하고 군인·군속 희생자의 미지불 임금 등 공탁금 지급, 군사우편적금 반환에 따른 피해보상금으로 1인당 1천만엔씩 모두 24억6천만엔을 청구했다.
 지난해부터 자료수집을 위해 일본을 다섯차례나 방문한 그는 “지난 93년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전달한 강제징용자 명부와 일본 후생성에 한국인 희생자들의 야스쿠니신사 합사여부와 군인·군속 미지급금 등 공탁금 기록이 명백하게 남아 있는 데도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일본을 수차례 오가며 자료를 수집해 왔다”며 정부의 무관심에 대해 분개하며 이에 따른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준비중에 있다고 했다.
 또 이 단체는 지난 12일 야스쿠니에 합사된 부모의 유골 반환을 촉구하기 위해 2명을 일본에 파견했다.
 김씨는 “강제 징집돼 미군 폭격에 맞서 싸우다 숨진 동료 등 2만1천여명의 전쟁희생자가 전범과 함께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살아 있는 날까지 야스쿠니신사 위패 반환과 피해보상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양순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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