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출마 안한 지역구도 … 공천 강제조항 있으나 '형식적 이행'

여성의 정치권 진출. 이제는 낡다 못해 너무 당연한 명제라 할 수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구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인천지역 후보 중 여성은 여전히 소수에 그친다. 여성이 아예 출마하지 않은 지역구도 있다. 여성 출마를 독려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에도 구멍이 있었다. 더 많은 여성이 시민의 대표자가 되도록 우리 사회가 보다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의원 여성후보 겨우 5명뿐

5일 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인천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지역구 후보 76명 중 여성 후보는 6.6%인 5명에 불과했다. 이들의 정당은 자유한국당 4명, 무소속 1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중구 1, 남동구 4, 부평구 6, 서구 3, 남구 2 지역구에 출마했다. 이들이 전부 시의회에 입성한다 해도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역구 의석 33석 중 5석 수준에 그친다.

시의회는 언제나 남성이 다수를 차지해 왔다. 5일 기준 현역 시의원 26명 가운데 여성은 3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기초단체장 출마로 사퇴한 의원이 있었고, 여성 비례대표 1명이 포함된 규모다. 군·구의원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군·구의원 지역구 후보 201명 중 49명(24.4%)이 여성으로 나타났다. 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27명, 자유한국당 12명, 바른미래당 7명, 정의당 2명, 무소속 1명 순이다.

▲여성후보 공천 강제, 우회하는 정당들

현행법에는 여성후보의 지방의회 출마를 사실상 강제하는 조항이 있다. 바로 공직선거법 47조2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광역(시)·기초(군구)의원 선거 중 국회의원 지역구마다 1명 이상의 여성을 반드시 공천하도록 돼 있다. 이 조항을 어기면 52조2항에 따라 해당 국회의원 선거구에 출마한 모든 광역·기초의원 후보의 등록을 무효로 해야 한다.

이 법의 취지는 공천을 일부 강제해 여성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법과 다르게 흘러간다.

인천지역 시의원 선거구 33곳과 군·구의원 선거구 102곳에 출마한 후보를 모두 조사한 결과, 남구갑·연수구갑·계양을·서구을 지역구에 등록한 자유한국당 소속 여성후보는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공천까지 이뤄지지 않았다면 현행법 위반의 소지도 있었다.

여성후보 등록이 없다고 공천까지 없었을까. 아니었다. 이 지역구에서 공천을 받은 여성후보들은 하나 같이 선관위에 후보로 등록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당선권에서 벗어난 '나'번이나 '다'번을 받았고, 등록을 포기했다.

일각에서는 여성후보 공천 강제조항을 우회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여성을 공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관위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만 현행법 위반은 아니라는 해석을 내놨다. 선관위 관계자는 "여성후보가 없어 조사했지만 공천이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라며 "현행법에는 공천만 강제할 뿐, 등록을 강제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정치참여 확대가 민주사회로 가는 길"

여성계는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낮은 여성 공천 비중과 형식적인 공천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문제였다.

문미경 인천여성민우회 대표는 "현행법의 취지는 공천에 그치지 않고 당선 가능성까지 목표로 해야 한다. 당선가능성이 낮은 번호로 여성을 공천한 뒤, 등록하지 않았던 사실까지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탈법적 의사를 가졌다고 오해받을 소지가 크다"라며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가 민주적인 사회로 가는 길이라는 인식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