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주부도박단이 근자에 들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은 걱정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판돈이 자그만치 억대에 이르고 있는가 하면 사채까지 빌려 도박으로 탕진하고 가정파탄이 난 경우도 더러 있다니 딱한 노릇이다. 한쪽에서는 생활비를 한푼이라도 아껴쓰기 위해 알뜰시장을 찾아 의류 등을 교환해서 사용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선 도박이 거의 생활화되어 가지 않나 하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주부도박단 검거는 결국 그 우려의 현실화 조짐을 뜻한다.
 지난 17일 경찰은 인천시 일대를 돌며 상습적으로 도박판을 벌인 허모 여인 등 일당 9명을 구속하고 23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여 차례에 걸쳐 5억원 가량의 판돈을 걸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 9일에는 여관 등을 전전하면서 노름을 한 혐의로 28명이 붙잡혔다. 또 지난 3일에는 가정집에서 판돈 1천만원을 놓고 도박판을 벌인 주부 12명 등 남녀 도박단 17명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가정이야 말로 행복의 보금자리이며 내일을 키워주는 요람이다. 가정의 중심에서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야 할 안주인인 주부가 노름에 빠져든다면 장차 사회불안의 요인이 된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기초적인 공동체인 가정이 병들면 그 사회는 당연히 건강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전통윤리뿐 아니라 가정의 도덕성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는 세태의 한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는 점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도박은 도박으로 끝나지 않고 가정불화, 가출, 이혼 그리고 패가망신으로 연계되기 일쑤다. 자녀들의 탈선도 그러려니와 각종 강력범죄의 원인도 도박에 있음을 가끔 드러낸다. 도박은 마약과 마찬가지로 인간을, 더 나아가서는 사회를 병들게 한 마수라해도 무방할 것이다.
 심심풀이라든가, 장난인데 하고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할 수 있겠으나 여기에 빠져들면 좀처럼 헤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절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도박은 악마의 일과""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당국은 사회기강 확립 차원에서 강력 단속해야 한다. 한편으로 주부들의 여가 선용 시설 확충도 절실하다. 건강한 윤리관의 재건에 우리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