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물 접한 1910~1930년대 시각자극 고소설 그림책 유행
170개 고전 이미지, 5단계로 구성해 당대 '욕망지형도' 탐색
▲ [여중화] 삼문사, 1935
춘향과 이몽룡의 모습이다. 비교적 곡선은 살아있으나 고소설도에서 보이는 정조와 홍취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예술과 경제행위라는 창조적 상호조응의 신연활자본고소설책의도라 해도 성장을 멈출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 간호윤 지음, 소명출판, 256쪽, 2만5000원
1910~1930년대 이 땅은 욕망의 시대였다. 조선 후기를 거치며 억눌린 중세의식에서 벗어났다. 일제강점기였으나 신문물을 접한 사람들이 다양한 욕망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당시 경성의 거리에는 모던보이와 모던걸이 활보했으며 수은등 아래에서는 값싸고 작은 판형의 고소설 그림책들이 서민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이것은 일명 '6전 소설', 혹은 '이야기책'이라 불렸다.

저자는 학계에서 '딱지본'이라 지칭하는 구활자본 고전소설과 신소설이란 명칭 대신 새로운 납활자 '신연활자'로 만든 고소설, 즉 '신연활자본고소설'로 온전히 부를 것을 제언하고, 표지 역시 '책의도(책표지에 입힌 옷 그림)'라는 명칭을 부여한다.

저자는 화가와 독자의 내밀한 긴장, 고소설과 속화라는 두 장르의 상호교섭, 상업적 맥락, 전방위적인 당대 문화 흡수, 문학사와 회화적 함의가 다의적이고 중층적으로 얽혀있다고 말한다.

발단은 생리 욕구, 전개는 안전, 위기는 애정, 절정은 자아실현, 결말은 존경 욕구와 연결되고, 이는 모두 욕망이 된다. 생리 욕구는 기쁨, 안전 욕구는 우울과 두려움, 애정은 사랑과 욕심, 자아실현은 성남과 미움, 존경은 즐거움과 바람으로 연결 지었다.

'신연활자본고소설책의도'의 그림 읽기를 통해 당대의 욕망 지형도를 탐색한다. '욕망의 지형도'는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라는 소설의 5단 구성에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생리, 안전, 애정, 존경, 자아실현을 접목시켜 '책의도'의 욕망과 상징을 쉽게 풀어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심청전>, <토끼전>, <구운몽>, <춘향전> 같은 잘 알려진 소설부터 <황후룡전>, <배비장전>, <동선화> 등 비교적 낯선 소설까지 170개가 넘는 다양한 소설의 '책의도'를 전면 컬러로 제시하고, 권말에는 책의도 목록을 첨부해 다양한 '책의도'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책의도'를 그린 화공들을 2차 작가이자 소설의 첫 비평가 자리로 격상시킨다. 화공은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는 이미지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연구실이나 논문집에만 갇혀 있는 고전(古典)은 고리삭은 고전(苦典)일 뿐이다. 고전문학은 마땅히 소통의 장으로 나와 현대 독자들과 마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쓴다는 저자는 "연암 선생이 그렇게 싫어한 사이비 향원(鄕愿)은 아니 되겠다는 것이 소망"이라고 밝혔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