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대표회의-관리사무소 '수금 싸움'
동시에 걷다 미납분 발생 … 주민들 황당
"며칠 전부터 엘리베이터 전기가 끊긴다는 공문이 아파트 게시판에 붙고 세대별 단전도 된다는 얘기가 있어 너무 불안해요."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한 주상복합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 사이의 갈등으로 단전 위기에 놓이는 등 불안에 떨고 있다.

양측은 주민들을 상대로 자기 쪽에 관리비를 내라고 주장하는 중이다.

가운데에 낀 주민들은 관리비를 어디에 내야 할지 몰라 혼란에 빠져있다.

지난달 30일 송도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입구 옆에 마련된 게시판에 관리사무소 명의로 '관리비 미납분이 있으며 인수인계가 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단전사태가 벌어졌다'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었다.

관리비를 입주자대표회의에 내지 말고, 사무소로 직접 내야 단전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단전 논란은 얼마 전 아파트에 붙어있던 한국전력공사의 안내문에서 시작됐다.

공사는 최근 아파트 곳곳에 게시한 '전기공급 정지(단전) 안내'를 통해 "전기요금 3개월 미납으로 29일부터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단전될 예정이다"라고 알렸다.

엘리베이터를 사용한 전기료가 제대로 납부되지 않았던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 사이의 갈등에 있었다.

대표회의는 관리사무소가 계약기간이 끝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나가지 않고 버틴다는 입장이다.

반면 관리사무소는 대표회의에 법적 권한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로 인해 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가 동시에 관리비를 걷으면서 전기료가 밀렸던 것이다.

주민 B(57·여)씨는 "관리비를 냈는데도 엘리베이터가 끊긴다니 불안하다"며 "고층에 살고 있는 아이들과 노인들이 큰 피해를 볼 것 같다"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 C(38·여)씨는 "관리비를 어디에 내도 상관없으니 제발 이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며 "단전으로 누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되물었다.

양측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경화 입주자대표회의 대표는 "관리사무소가 단전을 운운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뽑은 입주자 대표가 투명하게 일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관리사무소 측은 대표회의에 권한이 없는데도 관리비를 따로 받아 단전 위기가 왔다고 주장한다.

인천시는 뾰족한 수를 못 내고 있다.

시 관계자는 "당사자끼리 해결하거나 민사 소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태환 수습기자 imsens@incheonilbo.com